터키정부, 외신 불러모아 "에르도안, 독재자로 부르지 마"

입력 2018-05-27 07:01
터키정부, 외신 불러모아 "에르도안, 독재자로 부르지 마"

언론청장 간담회서 취재진에 주문…"서방 적대적 태도는 에르도안 길들이기"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조기 선거를 한달 앞둔 터키정부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독재자'(dictator)로 표현하는 외국 언론의 보도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터키언론정보청의 메흐메트 아카르자 청장(66)은 26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외신 간담회에서 "우리 지도자를 독재자라고 부르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약 40개 해외 매체에서 온 기자들이 참석했다.

앞서 언론정보청은 행사를 공지하며 '선거 취재를 안내하고 외신의 일반적 건의를 듣는 자리'라고 설명했으나, 아카르자 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의개발당'(AKP)에 관한 외신의 부정적인 보도에 불만을 쏟아냈다.

아카르자 청장은 "터키는 민주공화국이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된 지도자"라면서 "그를 독재자로 부르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사실 왜곡이고 도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정보청은 외신의 보도를 주시하고 있으며, 에르도안 대통령을 가리켜 독재자나 독재라는 표현을 쓰는 매체에는 그 근거를 물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강대국과 그 언론이 '에르도안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카르자 청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어떤 강대국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 지도자"라면서 "외국의 적대적인 태도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그런 자세를 바꾸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여러분의 보도는 대중의 의견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특별히 민감한 이 기간에 사실을 구체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그대로 보도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스탄불 대표 광장에서조차 경찰로부터 촬영을 제지당하는 등 외국 미디어의 현장 취재활동이 갈수록 제약을 받는다는 기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아카르자 청장은 "그러한 상황은 일부 경찰이나 당국의 오해나 과잉반응으로 빚어진 예외적인 경우"라며 취재 자유가 보장된다고 반박했다.

언론자유단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터키는 올해 180국가 가운데 157번째로 평가됐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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