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맛의 배신·천관율의 줌아웃

입력 2018-05-27 07:00
[신간] 맛의 배신·천관율의 줌아웃

만들어진 질병·당신과 함께라면 말이야



▲ 맛의 배신 = 유진규 지음.

화제가 된 EBS TV 다큐멘터리 '다큐프라임-맛의 배신' 편을 연출한 유진규 PD가 맛과 건강, 음식과 인류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풀어냈다.

우리는 '정크푸드'인 줄 알면서도 먹기를 멈추지 못하고, 과식한 후에도 허기를 느끼며 '단짠단짠'(달고 짜고 달고 짠) 조합의 음식을 찾는다.

환경 다큐멘터리 전문 PD인 저자는 중년이 되면서 늘어나는 식탐에 불러오는 배를 보고, 자신의 몸을 실험 도구로 삼아 5년간 각종 다이어트와 건강식 실험을 했다. 저자는 끊임없는 실패 끝에 현대적 축산과 작물 재배로 필수 영양분이 줄어들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저자는 각종 화학적인 합성 향미료들이 든 음식을 건강을 파괴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으며 이 '프랑켄푸드'와 맞서지 않는 한 우리가 가짜 맛의 매트릭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꼬집는다.

"자연에서는 향미와 영양소 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합성 향미료 기술은 이 연결을 끊었을 뿐 아니라 인간과 음식이 맺었던 질서 정연한 관계를 대혼란에 빠뜨렸다."

바틀비. 328쪽. 1만5천원.



▲ 천관율의 줌아웃 = 천관율 지음.

2016년 전국적으로 일어난 촛불집회, 그리고 정권교체. 최근 대한민국은 사회적으로 거대한 분기점들을 지났다.

시사인 기자인 저자는 2016년 겨울 광장에서 주권자들이 선택한 고도의 전략과 광장에서 복원한 정치에 대해 복기했다. 또 광장의 촛불과 입법부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박근혜 정부는 '객체'가 되며 '줌마웃'이 돼버린 과정에도 주목했다.

저자는 "몰락에 이어 파산 지경에 이른 한국 보수가 잃어버린 옛 영토를 회복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책에는 보수뿐만 아니라 안정된 리더십을 창출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자기 정립을 못 하는 진보에 대한 비판도 포함돼있다. 아울러 각종 분수령을 넘어 시대정신의 화두가 된 '공정'에 대한 고찰도 담았다.

기자로서 체득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솜씨 있게 펼쳐 보이고, 온라인상 수십만 건 게시글과 댓글들을 직관적인 자료로 정리해 제시한 점도 눈길을 끈다.

미지북스. 372쪽. 1만6천원.



▲ 만들어진 질병 = 김태훈 지음.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비만전문가 박용우 교수, 암 치료의 대안을 연구 중인 서재걸 의사, 알코올 치료 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정신건강의학 상담 경험이 많은 양재진 원장, 트레이너 임종필 등 4명의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저자는 이들을 인터뷰한 결과 우리 시대의 각종 질병은 우리와 사회, 곧 우리들의 세상이 만들어낸 발명품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것은 인류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성장하고 진화해왔으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가 끊임없이 질문하는 한 그에 대한 대답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OECD 가입국 중 암 사망률 1위, 자살률 1위, 초미세먼지 증가속도 1위, 항생제 오남용 1위 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달고 있다. 저자와 전문가들은 각종 의학 지식과 의료 기술이 탁월한 발전을 보이는 시대, 우리나라가 질병공화국에 머무는 이유에 집중했다.

"안타깝지만 현대의학이 산업이라는 것은 의사들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의학은 학문이지만 의료는 산업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인문학의 위기를 걱정하는 것만큼이나 의학의 위기를 걱정해야 할 때라고도 지적한다.

블루페가수스. 392쪽. 1만8천원.



▲ 당신과 함께라면 말이야 = 오상진 지음.

아나운서 오상진이 동료 김소영과 결혼한 후 1년간 써온 일기를 모았다.

책에는 두 사람의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일상이 모두 담겨있다. 너무나 다른 양가의 분위기에 서로 적응해나가려는 노력, 각자의 바쁜 생활, 집에서 나누는 소소한 대화, 살면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갈등과 해결 과정 등 '날것'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소영이와 나는 조금은 다른 시차에 산다. 나는 닭, 소영이는 부엉이. 아침 여섯 시. 두 시간 정도 먼저 일어나는 난 거실에 앉아 눈을 비비며 나올 그녀를 기다린다. 아마도 이 시간이 우리 사이를 영속하게 만드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신혼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취미활동, 방송 생활 전반에 대한 이야기 등 개인적인 에피소드들도 많이 담았다. '친정 회사'인 MBC를 바라보는 여전한 애정과 어디에서도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했던 깊은 속내도 엿볼 수 있다.

달. 304쪽. 1만5천300원.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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