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만에 고국 무대 이보미 "좋은 모습 못 보여줘 속상해요"
(이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모처럼 고국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속상해요."
25일 경기도 이천시 사우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 1라운드를 마친 이보미(30)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작년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 이후 9개월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이보미는 이날 버디 2개에 보기 13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쳤다. 컷 탈락 걱정을 해야 할 처지다.
10번 홀부터 시작한 이보미는 특히 14번째 홀인 5번 홀까지는 2언더파로 순항하다 6, 7번홀 연속 보기에 9번홀(파4) 3퍼트 보기로 뒷걸음친 게 못내 속상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보미는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니 한국에 오면 자주 볼 수 없는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오늘도 전반에는 샷 감각이 좋아서 경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후반에 그린에서 실수가 잦았다"고 말했다.
"오늘 경기는 속상하다"고 덧붙인 이보미는 "사실 샷과 체력이 좋지 않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일본에서 2015년과 2016년 두차례 상금왕에 올랐던 이보미는 올해 슬럼프에 빠졌다. 9차례 대회에서 네번이나 컷 탈락했고 톱10 입상은 한번도 없다.
이보미는 "스윙도 흐트러졌지만 체력이 달린다. 오늘도 후반에는 지친 탓인지 집중력이 떨어져 짧은 퍼트를 계속 놓쳤다"며 곤혹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보미 특유의 '긍정 에너지'는 여전했다.
"체력훈련을 꾸준하게 하고 있고 스윙도 예전에 좋았을 때 느낌에 점점 가까와 지고있다"는 이보미는 "오늘도 전반에는 잘 풀렸으니 내일은 버디를 많이 해서 좋은 성적 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보미는 슬럼프에 늘 따르게 마련인 은퇴설은 일축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는 이보미는 "주변에서 그만두라고 해도 내가 납득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동갑 친구 박인비(30)가 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 소식도 이보미의 의욕을 부추겼다.
"겨울마다 만나는데 올해 잘해보자고 서로 격려했다. 그 친구도 어려움을 겪고 일어났다. 인비가 잘하고 있는 모습에 나도 힘이 난다"는 이보미는 "인비가 우승하는 걸 보고 박수치면서 나도 이번 대회 때 잘해보자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26일 2라운드를 앞두고 예정된 웨이트 트레이닝을 다녀오겠다는 이보미는 "꼭 (컷을 통과해서) 일요일에 경기를 하고 싶다"면서 "내일은 박수를 받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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