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무산] '핵실험장 폐기일' 허찔린 北, 어떻게 반응할까
트럼프, 김정은에 공개서한…北 꼼꼼히 검토하고 공개입장 밝힐 듯
北반발수위, 향후 정세 핵심변수…美 '강압외교 기조'에 北 강력반발할수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2일로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는 공개서한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면서 '허를 찔린'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까지 한 당일에 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를 받은 북한이 어떻게 대응하고 나설지는 향후 한반도 정세가 얼마나 격화될지를 결정하는 핵심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서한에서 김 위원장에게 "최근 당신들의 발언(statement)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으로 인해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미외교 핵심 인사들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최근 담화가 회담 취소의 이유가 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계관 제1부상은 지난 16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핵포기' 언급 등을 비난하며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것이며 다가오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선희 부상도 24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최근 발언을 원색 비난하며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있다"고 위협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 담화가 '인내의 한계' 였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북한이 '강공'을 보내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초강수로 맞받아친 것은 결국 '강 대 강' 구도에서 절대 양보는 없다는 미측의 '강압외교'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당신의 핵 능력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것이 매우 거대하고 막강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이 절대 사용되지 않기를 신에게 기도한다"고 밝힌 것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북한은 특유의 정치적 문화 등으로 인해 미국의 이런 강압외교 기조에 전통적으로 아주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통일연구원 주최 좌담회에서 "김정일이나 김정은 리더십의 공통점은 자기 체제를 무시하는 것에 굉장한 모욕감을 느낀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북한은 나름의 비핵화 착수 조처라고 할 수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까지 실행에 옮긴 날 공개적으로 '취소 통보'를 받은 것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낸 만큼, 북한도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 내용 등을 분석한 뒤 공개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의 담화보다 한층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주저 말고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며 여지도 둔 상황이어서 북한이 반발의 '수위'를 어떻게 정할지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무력시위 재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북한은 지난달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를 결정하고 김정은 위원장 발언으로 '중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불필요'도 밝힌 상황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그런(무력시위)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우리 정부의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식의 충돌은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차분하게 접근하도록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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