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무산] 18년만의 북미정상회담 시도…이번에도 직전에 일단 좌초

입력 2018-05-25 00:49
수정 2018-05-25 08:44
[북미회담 무산] 18년만의 북미정상회담 시도…이번에도 직전에 일단 좌초



2000년에도 북미정상회담 성사 직전에 취소…두차례 모두 美가 취소 선언

<YNAPHOTO path='AKR20180525002400014_01_i.jpg' id='AKR20180525002400014_0101' title='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PG)' caption='[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일러스트 '/>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18년 만에 다시 가시권에 들어오는가 했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이번에도 성사 직전에 일단 좌초했다.

6·25전쟁 이후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반복해 오던 북미가 처음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임기 말기인 2000년이다.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로켓 발사로 위기로 치닫던 북미 관계는 이듬해 미국이 북핵 해법으로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를 발표하면서 해빙기에 접어들었다.

이어 그해 9월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 완화 조치를 발표하고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한반도에는 봄기운이 완연해졌다.

2000년 6월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북미관계 진전을 위한 동력을 제공했고, 이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의 7월 회동으로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북미는 본격적인 정상회담 국면에 접어들었다.

10월 9∼12일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해 적대관계 종식, 평화보장 체제 수립, 미 국무장관 방북 등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미 공동코뮤니케'를 채택했다. 이를 전후해 클린턴 대통령의 연내 방북 방침도 공개됐다.

10월 23∼25일에는 올브라이트 장관이 클린턴 대통령 방북을 준비하기 위해 미 국무장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방북했다. 첫 북미정상회담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미국 내 비판 여론에도 클린턴 정부 막판에 시도됐던 북미정상회담은 성사 직전에 좌초했다.

200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더욱 비우호적으로 기울었고 결국 클린턴 대통령은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방북 계획을 취소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쪽이 미국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번에도 북한이 과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할 것이냐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이 전격 취소의 배경으로 거론된다는 점도 당시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완전히 동력을 잃은 게 아니라 언제라도 다시 추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18년 전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는 미국의 정권교체기였지만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임기 초반에 가깝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취소 의사를 밝힌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나는 아주 멋진 대화가 당신과 나 사이에서 준비돼가고 있다고 느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오직 그 대화"라며 "이 가장 중요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밝혀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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