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무산] 6·13 지방선거 변수 되나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이한승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북미정상회담을 갑작스레 취소하면서 20일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초 지방선거 바로 전날인 6월 12일 북미회담이 잡힐 때만 해도 정치권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전국단위 선거인 이번 지방선거가 광범위한 평화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압승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범 보수 진영에선 애써 남북 해빙 기류를 '위장 평화쇼'라고 폄하하며 파급력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북한의 잇단 대남·대미 강경 발언에도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고, 무엇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가 예정대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후 예정된 일정에 이 같은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여야 모두 상정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여야는 일단 동북아 안보에 중대한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이번 사태에 숨죽이며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엄중한 외교 안보 위기가 초래될 수 있는 현실 앞에서 당장 유불리를 따지기 적절치 않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다만 정국을 송두리째 뒤흔들 초대형 이슈가 불거진 만큼 선거 국면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데에는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 일치한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온 문재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을 한층 견인, 북미정상회담에서 정점을 찍고 지방선거 승리까지 거머쥐겠다고 자신해 온 민주당으로선 일견 돌발 악재를 만난 셈이다.
당 관계자는 "미국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우선 지켜봐야 하고, 면밀한 사태 파악이 전제돼야 우리 당의 입장도 정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선거를 논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당장은 상황 파악이 우선"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집권 초반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여전히 단단한 상황에서 남북 이슈가 지방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제 이번 사태가 선거 당락을 바꿀 정도의 파급 효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일단 이번 회담 취소가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당 지도부 차원에선 아예 함구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태로 결국 '남북 평화'라는 진보진영의 환상이 과도하게 국민을 현혹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내심 지방선거 판도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계기 삼아 진보진영을 안이한 안보 낙관론자들로 낙인찍으며 전선을 재편할 경우 전통 보수지지층이 결집할 거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한 당직자는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정권의 섣부른 북한 문제에 대한 대응과 어설픈 평화 중재자로서 역할에 대해 국민이 심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마치 대한민국에 평화가 올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해 이런 참담한 결과가 초래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중진은 "남북 평화에 대한 환상에 젖어 금방 일이 될 것처럼 국민을 현혹한 것 아니냐"면서도 "다만 마지막까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신중히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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