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글러브 장인 "'류현진 글러브' 한국 야구서 아이디어 얻어"
윌슨 마스터 글러브 장인 '시게아키 아소' 방한 인터뷰
다이얼핏·슈퍼스킨 등 개발해 야구계에 한 획 그어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류현진이 사용하는 '다이얼 핏' 글러브는 한국 야구계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한국 선수들의 피드백을 받아 개발됐습니다. 좋은 글러브를 만들려면 그만큼 소통의 과정이 중요합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한국·일본프로야구 리그의 유명 야구 선수들이 사용하는 야구글러브를 만든 시게아키 아소는 24일 서울 강남구 아머스포츠코리아 본사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윌슨 마스터 글러브 장인인 시게아키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40년이 넘게 미국 메이저리거와 한국·일본 프로 선수들 및 청소년·일반인들까지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글러브를 만들고 있다.
류현진을 비롯해 브랜던 필립스, 클레이튼 커쇼, 배리 본즈, 그레그 매덕스, 커트 실링 등 미국 메이저리거들의 글러브를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시게아키는 "선수 한 명 한 명의 손 모양과 크기, 습관과 경기 스타일이 다르니 글러브도 이에 맞게 달라야 한다"며 "단순히 글러브를 만들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선수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며 각자에게 맞게 글러브를 길들여준다"고 말했다.
시게아키는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 커스텀메이드 글러브의 '제다이 마스터,' '글러브 구루,' '글러브에 미친 사람' 등으로 불린다.
새 글러브에 따뜻한 물을 붓고 때리는 등 글러브를 선수의 손에 맞게 길들이는 모습을 찍은 영상으로 유명하다.
시게아키는 "1980년대 미국을 방문했는데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글러브가 너무 크고 포켓이 얕아 깜짝 놀랐다"며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글러브 '1786'을 1985년 출시했는데, 이는 현재도 미국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내가 길들여준 글러브가 좋아 웃는 선수를 보는 것이 내 행복"이라며 "우리 글러브를 모두가 좋아할 수 있도록 선수들뿐만 아니라 어린이 등 일반인들과도 만나 의견을 듣고 제작에 반영하곤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류현진이 사용하는 윌슨의 검정 '다이얼 핏' 글러브 역시 이러한 소통의 과정을 거치면서 개발됐다. '다이얼 핏'은 현재 대량 생산은 하지 않고 류현진 등 일부 선수들을 위해 맞춤형으로 생산한다.
한때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한솥밥을 먹었던 필립스 또한 시게아키의 팬이자 좋은 조언자다.
시게아키는 "필립스와 처음 만났을 때 글러브를 길들여줬더니 '덕분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평가해줘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며 "필립스는 가끔 내 사무실을 찾아 글러브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고 돌아봤다.
선수별로 맞는 글러브가 다른 만큼 시게아키는 국가별로도 경기 스타일에 특징이 있어 글러브 개발에 참고한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 남미에서 수비수들이 백핸드 캐치를 하는 등 어려운 기술로 공을 잡아내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글러브는 더 깊어야 한다.
특히 미국은 내야가 잔디로 돼 있어 땅볼의 경우 바운스가 다 다르므로 글러브의 역할이 중요하다.
반면 일본은 공이 오기 전에 미리 움직였다가 정면으로 받는 경우가 많은 등 경기 스타일이 다르다.
시게아키는 "더 좋은 글러브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다시 이를 반영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재밌다"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다이얼 핏'과 함께 시게아키가 개발한 신소재 '슈퍼스킨'은 야구 장비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농구공과 같은 소재인 슈퍼스킨은 일반 가죽보다 더 튼튼하고 가벼운 데다가 방수까지 된다.
시게아키는 "현재 메이저리거 35%가 슈퍼스킨이 적용된 글러브를 사용한다"며 "크레이그 카운셀 밀워크 브루어스 감독은 선수 시절 12년 동안 슈퍼스킨이 적용된 글러브 한 개만을 썼는데 한번은 내게 '이 글러브가 내 메이저리그 생활을 연장해줬다'며 감사를 표해 감명받았다"고 돌이켰다.
그는 야구글러브를 좀 더 편안하게 쓰려면 캐치볼을 하면서 길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다들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을 던지고 받으니 자신만의 글러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시게아키는 "더 많은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글러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변화하는 야구계에 발맞춰 더 열심히 좋은 글러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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