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의 굴욕…문학상 성추문 이어 새 노벨센터 건립에도 제동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스웨덴 법원이 새 노벨센터 건립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톡홀름의 고풍스러운 수변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스웨덴 토지·환경 법원은 "청동으로 치장되는 노벨센터가 항구와 해상 운송, 그리고 무역 도시로 개발된 스톡홀름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옛 항구 보존에 중대한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건설계획에 제동을 걸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억 파운드(1천442억원 상당)의 건설비용이 투입될 노벨센터는 영국의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디자인을 맡았다.
부유한 발렌베리 가문과 스웨덴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 H&M 설립자 얼링 페르손이 새 노벨센터 건립을 후원하고 있다.
노벨센터가 완공되면 전시회나 세미나 장소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매년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개최되는 노벨상 시상식 장소로도 이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노벨 재단을 둘러싸고 지역 사회 단체나 정당, 유산 보존 관련 단체, 심지어는 스웨덴 한림원의 후견인인 스웨덴의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로부터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런 법원의 결정이 나와 주목된다.
구스타프 국왕은 2년 전 현지 신문과 인터뷰에서 노벨 재단이 지나치게 거대하고 "너무 지배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스웨덴 국왕은 매년 스톡홀름에서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의학상, 문학상 시상을 한다.
노벨센터 건립과 운영을 맡고 있는 회사 노벨후셋(Nobelhuset)의 일바 라게슨은 "이번 법원의 판결에 실망했다"며 "새 노벨센터가 스톡홀름의 새로운 환상적인 만남의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톡홀름 시의회 의원인 얀 발레스코그는 "새 노벨센터 건립은 스톡홀름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문화적, 경제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2016년 1만8천㎡ 규모의 노벨센터 건립을 허가했다.
하지만 새 노벨센터가 140년 된 관세청 건물과 국립박물관 인근의 다른 유서 깊은 항구 주변 건물을 대체하게 된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노벨 재단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기도 하다.
스웨덴 한림원이 광범한 성 추문 파문에 휩싸인 가운데 최근 1949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고 내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하는 일도 발생했다.
한림원의 이런 결정은 회원 중 한 명의 남편이 연쇄 성 추문 주장 보도의 당사자가 됐고 재정 유용 사례와 되풀이되는 노벨상 수상자 명단 누출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다이너마이트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 소유 부동산을 관리하는 노벨 재단은 이런 위기가 노벨상과 노벨상 선정위원회에 불리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노벨 재단은 "손상된 신용을 회복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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