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3% 성장 전망 유지하지만 낙관못해"
"일부 비은행 신용대출, 차주 신용도 낮고 금리 높아"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3% 성장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져 낙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국내 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3% 성장을 전망했던) 지난 4월의 전망을 수정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것은 사실이어서 높아진 불확실성에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기타 대출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건전성은 양호하나 일부 비은행 신용대출은 차주의 신용도가 낮고 대출 금리도 높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아르헨티나발 신흥국의 자본유출 우려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은 제한적"이라며 "우리나라는 대외 건전성이 양호해 일부 신흥국 불안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경기 둔화 우려가 나오는데, 3% 성장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하나.
▲ 현재 지난 4월의 전망을 수정할 상황은 아니다. 국내 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낙관할 수는 없다고 한 것도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에 유의하겠다는 것이다.
-- 추가경정예산 통과가 경제에 줄 영향은 얼마나 되나.
▲ 정부 계획대로 집행되면 경기에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줄 거로 생각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성장률에 얼마만큼 영향을 줄지는 집행률이나 경제 주체들의 반응에 달려 있다. 추경의 집행 효과를 짚어보고 7월 전망에 참고하겠다.
-- 국제 유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성장률이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되나.
▲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망은 엇갈려서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현재 세계 경제 흐름이 양호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본다. 지켜보면서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7월에 다시 말하겠다.
-- 물가안정목표를 수정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 물가안정목표는 그 나라 경제에 적정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 달성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정한다. 전 세계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면서 대부분의 나라가 물가안정수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물가안정목표는 3년 주기로 점검하는데 이를 변경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목표를 변경하면 중앙은행의 신뢰성과 기대 인플레이션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으로 적용할 물가안정목표에 대해 열심히 분석, 검토하고 있다.
-- 유가는 오르고 고용부진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있어 일각에서는 미니 스태그플레이션 이야기도 나온다.
▲ 스태그플레이션은 극심한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유가 상승이 지속한다고 해도 1%대 중반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후반기에는 1% 후반대로 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을 물가 급등으로 볼 수는 없다. 성장률도 잠재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
-- 가계대출의 증가 폭은 줄었지만 제2금융권 대출은 확대되면서 대출 질은 나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기타 대출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 대출은 연체율이 상당히 낮아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기타 대출 증가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일부 비은행 신용대출은 차주의 신용도가 낮고 대출 금리도 높아 비은행 대출 추이나 위험요인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감독 당국에서도 지켜보고 있다.
-- 아르헨티나발 6월 위기설이 나온다. 우리 경제 미칠 영향은 얼마나 되나.
▲ 미국 금리 상승에 달러 강세로 아르헨티나나 터키와 같은 일부 신흥국에서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해당 국가의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이다. 다른 신흥국으로 확대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크고 외환보유액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으며 대외 채무도 단기 외채 비중이 낮은 등 대외 건전성이 양호해 일부 신흥국 불안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
--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부진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최근 3개월 연속으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0만 명대 초반이어서 최근 고용 상황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최저임금을 올리면 비용 절감을 위한 고용 조정 유인이 올라간다. 그러나 최근 고용부진은 최저임금 영향뿐 아니라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이나 지난해 기저효과도 있다. 여러 요인이 혼재돼 있어 최저임금 인상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영향 줬을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가 역전된 상황이다. 얼만큼의 폭까지 역전을 용인할 생각인가.
▲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자금 유출 우려가 있어서 나온 질문으로 생각한다. 2006년에 보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컸지만, 국내 경제가 상승 국면이었고 펀더멘털도 양호해 자본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 자본유출이 일어나는 일부 신흥국을 보면 국내 정책금리가 상당히 높은데도 자본유출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것을 볼 때 자본유출은 대외금리 차도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이 더 중요하다.
-- 통화정책 방향을 보면 지난달에는 주요국과의 교역여건이 먼저 나오고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가 다음에 나왔는데 이번 달은 두 순서가 바뀌었다.
▲ 기조적인 변화는 아니다. 다만 일부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미국의 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상당 부분 기인했다고 봤다. 다음 달에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이 신흥국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있다.
-- 추경으로 인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은 얼마나 되나.
▲ 추경 규모가 3조8천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작고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국한돼 있어 통화정책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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