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북한 비핵화 하려면 주한미군 감축 불가피할 수도"

입력 2018-05-24 15:38
천영우 "북한 비핵화 하려면 주한미군 감축 불가피할 수도"

MB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동맹에 대한 타협의상 없이 북핵해결 요원"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주한미군 감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종합지 애틀랜틱 보도에 따르면 천 전 수석은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동맹에 대한 타협 의사 없이는 북한 핵위기의 해결은 요원할 것"이라며 "만약 필요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다른 방안이 없다면 한국은 주한미군 감축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최근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지속 필요성에 문제를 제기해온 상황에서 그동안 한미동맹 강화 등 보수진영의 안보관을 대변해온 천 전 수석이 주한미군 감축 불가피성을 거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기는 했지만, 애틀랜틱은 그의 발언을 동료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충격적인 도전이라고 전했다.

천 전 수석은 "우리가 미국과 주한미군의 부분 철수를 토대로 하는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이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발언의 파장을 예견한 듯 "한국의 모든 보수주의자가 나를 십자가에 매달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설사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는 데 동의하면서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합의의 관건으로 삼는' 경우라 할지라도 한국의 보수적인 학자와 정치인들은 결코 주한미군 철수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한국의 보수진영이 기존의 안전지대에 머문다면 북핵 위기의 해결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그러나 단지 북한 핵의 부분 해체와 교환으로 한미 양국이 미군 부분 철수에 합의하는 것은 지지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현재 군사력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없으면서 대 한반도 방위공약을 이행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구체적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2006∼2008년 6자회담 대표를 지낸 천 전 수석은 북한과 상대해온 경험을 토대로 비핵화에 대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진정성에 회의적 입장을 나타내면서 김 위원장은 가능한 한 최대한의 핵무기를 오랫동안 보유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이 모든 핵폭탄과 농축능력을 포기하더라도 이제는 단기간에 핵군비를 재건할 과학적, 산업적 노하우를 터득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한 대규모 외부 지원을 노려 예상외의 큰 양보를 할 가능성도 내다봤다.

천 전 수석은 미군이 철수하게 될 경우 문 대통령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결정하고 문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용하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한국민을 설득하기에 용이하다고 밝혔다.

천 전 수석은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 열릴 트럼프-김정은 회담에서 주한미군을 제외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상정할 경우 결국 주한미군 문제가 역사적 합의의 마지막 장애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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