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에 맞서자"…중국, 자국산 반도체 구매 확대
"중국 자체 반도체 생태계 구축해야" 목소리 높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ZTE 제재 등 미국의 무역 압박에 맞서 중국 정부가 자국산 반도체 구매를 확대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고 홍콩명보가 24일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주 발표한 '2019년 중앙 국가기관 IT(정보기술) 제품 구매계획 공고'에서 서버, 교환기, PC, 노트북 컴퓨터 등 내년도 IT 제품 구매계획을 밝히고 이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그런데 이 공고에 지난해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특이한 항목이 발견됐다. 바로 '국산 반도체 서버' 항목이다.
여기에는 룽신(龍芯)、선웨이(申威)、페이텅(飛騰) 등 중국산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한 서버를 구매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중국 정부가 자국산 CPU를 사용한 서버를 대량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도체 제조업체 룽신중커(龍芯中科)의 최고경영자(CEO) 후웨이우(胡偉武)는 "지금껏 정부 부문에 납품하고 싶어도 그 뜻을 이룰 수 없었는데, 이제야 가능해졌다"며 "이는 국가가 솔선수범해서 국산 기술을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국내 반도체 기술이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반도체 기술이 아직은 미성숙해 인텔 등 외국산 반도체를 완전히 대체하려면 최소한 2020∼2025년에 이르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적극적인 조치에는 미국의 ZTE 제재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미국의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ZTE에 대해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못 하도록 제재했다. 미 업체들로부터의 부품공급이 중단된 ZTE는 회사의 생존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ZTE는 통신장비 등에 들어가는 부품의 25∼30%를 미국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익명의 한 소식통은 미국의 기술수출 통제로 ZTE가 최소 200억 위안(약 3조4천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이에 중국 내에서는 '산업의 쌀'로 불리며 모든 산업의 기반 기술을 이루는 반도체 제품을 하루빨리 국산화해 이 같은 수모를 겪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후웨이우 CEO는 "끊임없이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만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며 "중국은 반드시 자체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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