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현도훈 "한국프로야구에 정착해야죠"

입력 2018-05-24 08:07
'파란만장' 현도훈 "한국프로야구에 정착해야죠"

일본 야구 유학→한국 독립리그→두산 육성선수

"제구가 강점…기회 주실 때 잡아야죠"



(대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현도훈(25·두산 베어스)이 KBO리그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남들보다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온 현도훈은 이제 '정착'을 꿈꾼다.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만난 그는 "기회를 주셨을 때 잡아야 한다"고 간절하게 말했다.

현도훈은 신일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 야구 유학을 시작했다. 그는 "어머니께서 일본 유학을 권하셨다. 나 혼자 일본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일본 교토 고쿠사이고, 규슈 교츠리대에서 야구를 배운 현도훈은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현도훈은 일본 사회인야구단에서 뛰다 한국으로 돌아왔고, 2017년 한국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했다.

현도훈은 "대학 1년 선배 오세라 다이치가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뛴다. 당연히 나도 일본프로야구에서 성공하고 싶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떠올렸다.

한국에 오니 길이 열렸다. 두산은 현도훈을 눈여겨보다 2017년 10월 육성선수 계약을 제안했다. 올해 2월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그를 포함했다.

'현기형'이란 이름을 쓰던 현도훈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개명하며 새로 출발했다.

5월에는 육성선수 꼬리표를 떼고 정식선수로 등록되는 감격도 누렸다.

현도훈은 "복잡한 과정을 거쳤지만, 그래도 늘 내 삶이 조금씩 나아진 것 같다"고 밝게 말했다. 복잡한 과정을 잘 견딘 건 이런 밝은 성격 덕이기도 하다.

현도훈은 곧 '1군 생활'을 시작했다.

고비가 많았던 그의 야구인생처럼 출발은 좋지 않았다.

5월 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방문경기에 선발로 나서 1군 데뷔전을 치른 현도훈은 4⅓이닝 9피안타 7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두산은 그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1군 엔트리에는 빠졌지만, 1군과 동행하며 분위기를 익혔다.

22일 대전 한화전에서 다시 기회가 왔다. 선발 세스 후랭코프가 3⅔이닝 8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지자, 김태형 두산 감독은 현도훈을 마운드에 세웠다.

1-6으로 뒤진 4회말 2사 2, 3루에 등판한 현도훈은 송광민을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해 추가 실점을 막았다.

5회에는 재러드 호잉과 김태균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현도훈은 "내 강점이 제구인데 볼넷을 연속해서 내줬다. 당황하고 있는데 뒤에서 (내야수) 오재원, 최주환 선배가 '너 혼자 하려고 하지 마'라고 격려해주셨다"며 "형들 믿고 편안하게 던지니까 경기가 풀리더라"고 했다.

그는 이성열, 하주석, 최진행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5회 위기를 넘겼고, 6회와 7회에는 편안하게 막았다.

현도훈은 22일 3⅓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볼넷 3개를 내줬지만, 삼진도 5개나 잡았다.

현도훈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두산 타선이 힘을 내 7-6으로 역전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현도훈이 KBO리그 첫 승을 거둘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호잉이 9회말 2사 후 동점 홈런을 치면서 현도훈의 승이 날아갔다.

대신 그는 사령탑의 신뢰를 얻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현도훈은 마무리 캠프 때부터 좋은 공을 던졌다. 장점이 많은 투수"라며 "당분간 롱릴리프로 기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현도훈은 "사실 내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었는지 몰랐다"며 "지금 나는 승리에 욕심낼 때가 아니다. 마운드에 설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젠 그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다.

현도훈은 "파주 챌린저스에서 함께 뛰던 형들이 '네가 던진 두 경기를 모두 봤다'고 하시더라. 내가 얼마나 좋은 기회를 얻었는지 알고 있다"며 "기회 주실 때 꼭 잡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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