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통일론 "한국은 자원이 말라가는 프로토스"
통일부 30대 사무관이 쓴 '쇼 미 더 스타크래프트'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이세돌 9단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킨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다음 도전 분야로 PC 게임 '스타크래프트2'가 선택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는 흔히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바둑 못지않은 심오함이 있다고들 한다.
1998년 등장한 스타크래프트는 PC 게임을 e스포츠로 바꿔놓고, PC방 문화와 프로 게임리그를 탄생시켰으며, 우리나라를 명실상부한 게임 종주국으로 만들었다.
지금의 30~40대 중에는 한때 축구나 야구 이상으로 스타크래프트 중계방송에 목을 매고, 술 마시다 말고 단체로 PC방으로 자리를 옮길 만큼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한 이들이 적지 않다.
신간 '쇼 미 더 스타크래프트'(동아시아 펴냄)는 한국 사회에 어엿한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은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군사·전략, 경제·경영, 정치·외교 현안을 흥미 있게 풀어낸다.
저자 이성원은 20년 동안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열혈 게이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스탠퍼드대학을 졸업했지만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대한민국 해병대 중위로 전역했다.
현재는 통일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관으로 근무 중이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에서 연수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석사학위를 받은 군사안보 분야 전문가다. 책 곳곳에서 군사안보와 국제정세에 관한 저자의 뛰어난 식견이 돋보인다.
만으로 서른 살인 저자는 딱딱하고 어려운 소재들을 젊은 감각과 재기발랄한 글솜씨로 경쾌하게 풀어가지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미국 게임업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스타크래프트는 지구에서 버림받은 범죄자 집단인 테란, 변태하는 우주 괴물 저그, 고도의 과학기술과 초능력을 가진 외계인 프로토스라는 3개 종족이 패권을 놓고 싸운다.
책은 스타크래프트를 모르는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게 게임을 소개한 뒤 손자병법에서 최신 핵무기 전략까지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군사전략과 게임 속에 숨은 경제·경영 원리들을 하나하나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최근 남북·북미정상회담과 맞물려 국제적 핫 이슈가 된 핵무기에 대해 "사용할 수도 없고 10개나 100개나 비슷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무기를 과연 무기로 볼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핵무기 그 자체는 무기가 아니다.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무기"라고 통찰력 있는 답을 내놓는다.
특히,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젊은층을 겨냥한 재기 넘치는 '스타크래프트 통일론'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젊은층에 희망을 주지 못해 '헬조선'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위기의 본질이 경제개혁 지연과 맞물린 내수 감소, 수출 둔화, 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저성장 늪에 빠진 경제에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이 모든 숙제를 일거에 해결할 해답을 통일에서 찾는다.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식의 감성적인 접근은 배제한 채 통일 비용과 편익을 따지는 실리적인 접근을 한다. 남북 간 대치로 인한 군사비 지출, 전쟁 공포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대륙으로의 육로 차단에 따른 추가 물류비용 등이 유발하는 분단비용이 수백 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반면 통일이 된다면 국방 예산을 다른 산업 분야로 돌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미국 대공황기의 뉴딜정책에 비견할 만한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저자는 선진국 문턱에서 저성장이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는 우리나라 현실을 경기 중반부터 "자원이 말라가는 프로토스"에 비유하며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멀티(기지 확장)"로서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372쪽. 1만6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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