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TV는 설거지하며 옆에서 봐도 잘 보여야 된다"

입력 2018-05-24 10:00
[르포] "TV는 설거지하며 옆에서 봐도 잘 보여야 된다"

LG 디지털 파크의 올레드TV 라인…720도 회전시키며 스크린 화질 측정

"오늘 저녁 무슨 드라마 하지?"…말 한마디에 편성표 띄우는 AI

(평택=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설거지하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화질을 세팅합니다."

지난 23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LG전자[066570] 제조복합단지 'LG[003550] 디지털 파크'에서 만난 TV화질팀의 박유 책임연구원은 올레드TV의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을 설명하는 도중 이렇게 말했다.

거실 소파에 앉아 TV 스크린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사람이나 부엌에서 설거지하며 측면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나, 어느 각도에서 봐도 잘 보이는 TV를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TV화질팀이 화질을 측정하는 방으로 들어가면 암막 커튼이 이중으로 쳐져 있다. 연구원들은 이 방에 스마트폰도 들고 들어올 수 없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빛이 새어 들어와 정확한 화질 측정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화질 측정실은 언뜻 보기에 병원의 엑스레이 실과 비슷하다.

높이가 2m에 가까운 대형 장비에 TV 스크린이 부착된다.

바로 그 앞에 화질 측정기가 세팅되면 TV 스크린을 매단 장비는 그 측정기를 기준으로 좌우·상하·대각선 방향 등 총 720도를 회전한다. '어느 각도에서도 잘 보이는 TV 스크린'이 탄생하는 과정의 필수코스인 셈이다.

이 측정기는 휘도(밝기)를 비롯해 명암비·시야각·색 재현율 등 1천 개 이상의 화질 요소를 측정·분석한 뒤 LG전자가 설정한 기준에 부합하는지 평가한다.

박 책임연구원은 "TV를 바로 정면에서 보는 사람은 없다. 여러 사람이 다양한 각도에서 다 함께 TV를 봐도 다 같이 잘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TV 디스플레이 화질을 측정하는 데는 통상 8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측정된 기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가 측정 여부를 결정한다.

LG전자가 올레드TV의 화질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2018년형 올레드TV에는 인공지능 화질 엔진인 '알파9'이 적용됐다. 스스로 영상을 분석해 최적의 화질을 찾아주는 기술로, 개발 기간이 2년에 달한다.

알파9는 일반적으로 TV로 들어오는 영상신호에 섞인 잡음을 4단계로 제거하고, 영상을 분석해 최적의 명암비·채도를 찾아 값을 조정해 입체감을 강화했다.

또 올해 출시된 올레드TV는 작년 모델보다 색 좌표 기준색상을 7배 이상 촘촘히 나눴다. 기존 모델보다 생생하고 정확한 색 표현이 가능해진 셈이다.



LG전자는 올레드TV 사용자의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상 만족도를 높이고자 '스마트 사운드'와 '공간인식 사운드'를 개발해 탑재했다.

스마트 사운드는 TV 스스로 콘텐츠의 오디오 정보에 대해 주파수 대역별 특성을 분석해 음향효과를 적용하는 것이고, 공간인식 사운드는 TV 주변 공간을 인식해 사용자가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들을 수 있게 보정해주는 기능이다.

사용자의 음성을 알아듣는 인공지능(AI) 기능도 올레드TV 특징 중 하나다.

실제로 AI 프로젝트팀의 이상석 책임연구원이 보여준 AI기능 시연 장면은 사람과 TV가 대화를 나누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임연구원이 상단에 마이크가 탑재된 리모컨에 "오늘 저녁에 무슨 드라마 해?"라고 묻자, 올레드TV가 화면 하단에 드라마 목록을 일렬로 띄웠다.

영화를 보던 중 "여기 누가 나와?"라고 물으면 올레드TV가 화면 하단에 '출연정보'를 보여주고, "볼륨 20"이라고 말하자 볼륨은 즉각 '20'까지 올라갔다.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연구소장 남호준 전무는 "실제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 같은 화질과 음질을 만들기 위해서 올레드TV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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