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불탄 인천항 화물선…항구 밖 이동에만 최소 한달
선박 현장감식 통한 화재원인 규명에 장기간 소요 예상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인천 내항 정박 중에 불이 나 사흘째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물선은 완진 이후에도 화재원인 규명에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인천항을 총괄하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23일 오후 인천항만공사에서 이번 화재와 관련해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열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는 국제적으로도 사례가 드문 대형 자동차운반선 화재 진압 상황을 점검하고 완진 이후 선박 처리문제 등을 논의했다.
지난 21일 화재 발생 이후 이날까지 사흘째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소방당국은 불이 완전히 꺼진 이후에도 화재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감식에 최소 1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인천 내항에서 중고차 선적작업 중에 불이 난 파나마 국적 화물선(5만2천224t급)은 길이 199m, 폭 32m, 높이 18m의 대형 선박이어서 감식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방당국은 필요한 경우 조사기간을 추가로 1개월 연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화재원인이 밝혀져도 건조한 지 30년 된 낡은 선박의 자체 동력 복원이 어려운 만큼 인천항 갑문을 통해 불탄 선박을 내항 밖으로 예인하는 과제가 남는다.
회의에서 화재선박의 선주 측은 현장감식을 통해 화인이 규명되고 보험 처리 문제 등이 매듭지어진 이후에야 선박의 폐선·수리 여부를 결정해 이동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소방당국은 현재 화재 진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당 선박의 특수한 구조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불이 난 배가 자동차운반선이어서 선체에 창문이 거의 없고 선미에 차량 출입구 정도만 있는 밀폐형 구조이기 때문이다.
열과 유독가스가 선박 외부로 쉽게 배출되지 않고 배 안에서 확산할 수밖에 없다.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되는 선박 11층에서 13층까지 차량 1천400여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던 상황에서 불이 나자, 차량의 연료·타이어·시트가 타면서 열과 검은 연기가 선박 내부에 가득 찼다.
이날도 오전에는 배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잠시 잦아들었지만 외부 공기가 유입되자 숨어 있던 불씨가 다시 타이어 등에 옮겨 붙으면서 잔불 정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국은 지난 3월 6일 오만에서 컨테이너선 화재가 발생해 4월 17일까지 이어진 사례를 들며 다른 유형의 화재보다도 선박 화재 진압이 어려운 점을 설명했다.
관계기관들은 인천항 개항 이래 초유의 대형 화물선 화재에 따른 2차 피해를 막는데도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인천항보안공사(IPS) 등은 진화 장비·인력 출입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발생할 수 있는 밀입국·밀수 시도를 원천봉쇄하고 해양환경공단, 인천시 등도 화재로 인한 수질오염을 방지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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