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농작물 초토화 꽃매미 방제에 골머리

입력 2018-05-23 14:26
미국도 농작물 초토화 꽃매미 방제에 골머리

펜실베이니아서 주변으로 확산…"개체수 폭발적 증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이 '주홍날개 꽃매미'(Lycorma delicatula), 일명 '중국매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14년 펜실베이니아에서 외래종으로 처음 발견된 뒤 당국의 방역 노력에도 뉴욕, 델라웨어, 버지니아 등지로 점차 확산하면서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왕성한 번식력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꽃매미는 주로 가죽나무에 서식하는데 역시 외래종인 이 나무가 미국 전역에 퍼져있어 같은 상황이 될 것을 곤충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꽃매미는 진딧물처럼 식물의 수액을 빨아먹고 단물 형태로 배설한다. 이 단물이 곰팡이의 양분이 되고, 곰팡이는 식물의 열매나 잎을 덮어 빛을 흡수 못 하게 함으로써 고사시키게 된다. 또 주거지 주변에서 각다귀나 꿀벌 등 곤충이 꼬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꽃매미는 먹이로 삼을 수 있는 식물이 광범위하고 알을 아무 데나 낳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먹이는 미국내 토착종만 40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포도와 사과, 복숭아 등을 좋아하는데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농작물까지 먹어치우는 바람에 당국과 농가가 더 긴장하고 있다.

또 곤충들이 보통은 서식하는 식물이나 주변 토양에 알을 낳는 것과 달리 아무 곳에나 알을 낳을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을 갖고있다. 이는 생존하거나 번식하는 데 도움이 되며, 그만큼 방제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곤충학 명예교수 마이클 사운더스 박사는 "꽃매미는 개체수에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급속히 번지는 여러 외래종을 겪어봤지만, 꽃매미가 단연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꽃매미가 장기적으로 농작물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하는 것은 아직 이르지만 한 시즌에 특정 작물을 쉽게 결딴낼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꽃매미가 목격된 포도농장에서는 지난해 90% 손실이 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농업 당국은 2년 전 280㎢에 못 미쳤던 꽃매미 방제구역을 현재는 약 5천㎢로 넓히고, 장작이나 야외 집기, 건축 폐기물 등의 이동을 금지하고 있다. 기업이 이 안에서 상품을 반출할 때도 허가를 받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연방 농무부는 지난 2월 꽃매미 방역 및 연구 예산으로 1천750만달러를 긴급 배정하기도 했다.

신문은 지난 2004년 꽃매미가 외래종으로 처음 목격된 뒤 3년 만에 전국으로 퍼져나가 농작물에 피해를 준 한국 사례가 미국 당국에 경각심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꽃매미가 외래종으로 들어와 피해를 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당국은 꽃매미 방제를 위해 다양한 농약을 시험 중이며, 꽃매미 천적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켄터키대학에서는 특정 유전자가 발현하지 못하도록 하는 RNA간섭을 이용한 새로운 살충제 개발을 연구 중이다. 하지만 이런 첨단 방제 방법을 개발해 적용하려면 수년은 더 걸려 현재는 꽃매미 확산을 막는 데 급급한 상황이다.

미국 연방 농무부 식물보호방역국의 오사마 엘-리시 부국장은 "올해는 꽃매미를 효율적으로 억제해 궁극적으로 박멸할 수 있을지를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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