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측근 류샤 석방 약속했지만 안 지켜져"

입력 2018-05-23 12:51
"시진핑 측근 류샤 석방 약속했지만 안 지켜져"

SCMP "공안부 고위 간부 지난 2월 약속"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해 7월 간암으로 별세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의 출국을 놓고 중국 당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인 공안부 고위 간부가 지난 2월 베이징에 있는 류샤의 자택을 방문했다.

춘제(春節·중국의 설) 기간에 찾아온 이 간부는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나면 류샤의 가택연금을 해제하고 출국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류샤의 동생 류휘(劉暉)는 중국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양회는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로, 올해 양회에서 시 주석은 헌법의 '3연임 금지 조항'을 폐지해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류샤는 지난해 류샤오보의 사망 후 외국으로 이주하길 원했으나, 남편의 장례식 직후 중국 당국에 의해 윈난(雲南)성 다리(大理) 시로 강제 여행을 가면서 외부와 40여 일간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베이징의 자택으로 돌아왔으나, 정부에 의해 가택연금을 당해 외출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극심한 슬픔에 빠져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최근에는 몸이 안 좋아 수술까지 받았다.

공안부 고위 간부의 약속으로 류샤는 출국에 대한 희망을 품고 베이징의 자택을 처분할 계획까지 마련했다고 그의 친척들은 전했다.

하지만 3월 양회가 끝난 후 두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간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류샤의 친구인 반체제 작가 예두(野渡)는 "처음에 당국은 양회 이후 류샤의 출국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4월 말까지 떠날 수 있다고 하는 등 줄곧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류샤는 여권마저 빼앗긴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말까지 그녀는 출국이 가능하다고 믿었으나, 이제는 절망에 빠진 상태"라고 전했다.

최근 미국과 독일, 프랑스 정부 등이 류샤의 출국을 촉구했으나, 중국 정부는 "류샤는 중국인으로서, 중국법에 따라 관련 사안을 처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하고 있다.

이에 24일 중국을 방문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중국 정부에 류샤의 석방을 요구할지도 주목된다.

한편 지난해 7월 중국 광둥(廣東) 성 해변에서 류샤오보의 추모제를 지냈던 위치위엔이 지난 21일 광저우(廣州) 열차역의 안면인식 기계를 통과하다가 신원이 확인돼 체포됐다고 SCMP는 전했다.

당시 추모제를 지냈던 13명의 활동가는 모두 당국에 의해 구금됐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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