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백 부숴라"…日대학 미식축구 감독, 반칙 태클 지시 '파문'

입력 2018-05-23 10:38
"쿼터백 부숴라"…日대학 미식축구 감독, 반칙 태클 지시 '파문'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대학 미식축구 선수가 라이벌팀 경기에서 감독과 코치가 위험한 반칙 태클을 하라고 사실상 지시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대학 아마추어 스포츠에서도 승리 제일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일본 사회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23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니혼(日本)대 미식축구부의 미야가와 다이스케(宮川泰介·20) 선수는 전날 도쿄(東京)도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과 코치가 지난 6일 열린 간사이가쿠인(關西學院)대와의 경기에서 위험한 태클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미야가와 선수는 "의욕이 부족하다며 연습에서 제외됐다가 코치로부터 '상대팀의 쿼터백(최전방 공격수)을 첫 플레이에서 부숴버리면 경기에 내보낸다고 감독이 얘기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미야가와 선수에 따르면 그는 이런 얘기를 듣고 감독에게 "상대팀 쿼터백을 부수러 가겠다. (경기에) 써달라"고 말했고 감독은 "하지 않으면(부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경기에서 미야가와 선수는 볼과 상관없는 곳에서 간사이가쿠인대 쿼터백 A선수에게 백태클을 했다.

A선수는 뒤에서 달려드는 미야가와 선수의 태클로 공중에 떴다가 거꾸러졌고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다.

이 장면은 TV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반복해서 방송됐고 스포츠청 장관과 문부과학상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태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힐 정도로 이슈가 됐다.

A선수측은 경기중 당한 부상임에도 이례적으로 미야가와 선수를 경찰에 고소하며 논란은 더 커졌다.

문제의 경기는 미식추구 명문 대학인 니혼대와 간사이가쿠인대의 라이벌전이다. 명문대인 두 대학은 정기적으로 양교의 사활을 걸고 미식축구 경기를 벌여왔다.

'가해' 선수의 기자회견 후 비판 여론은 어린 선수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감독·코치와 이를 막지 못한 대학측에 쏠렸지만, 한편으로는 감독이 말한 '부숴라'는 말이 스포츠 경기에서 흔히 등장하는 표현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니혼대학 관계자는 미야가와 선수의 기자회견 후 "'부숴라'는 표현은 미식축구부가 경기 전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첫 플레이에서부터 힘껏 부딪쳐라'는 의미"라면서 "오해를 초래한 것에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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