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2년…정규직된 '또다른 김군들' 임금 88% 올랐다
외주직원→무기계약직→정규직 전환
'속도'에서 '안전'으로…올해 지하철 안전예산 24% 증액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내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 19살 김 모 군이 전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고가 오는 28일로 2주기를 맞는다.
이 사고를 계기로 서울 지하철의 승강장 유지관리 업무가 외주에서 직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고, 올해 3월에는 다시 정규직 전환됐다.
김군 같이 스크린도어 유지·보수를 하던 직원은 외주업체 근무 때 평균 연봉이 2천122만원(연차수당·평가급 포함)이었지만, 정규직이 되고서 3천985만원(기본급·수당·복리후생비를 포함한 올해 임금 계획치)으로 88%가량 올랐다.
'또 다른 김군'들은 안타깝게 숨진 김군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서울시는 구의역 사고 2년을 맞아 당시 대대적으로 발표한 사고 재발방지 대책 추진 현황을 23일 발표했다.
서울시는 그간 외주 용역을 줬던 스크린도어 안전 업무를 2016년 9월 직영으로 전환하고 인력을 146명에서 206명으로 늘렸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 1천285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외주업체에서 일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의 연봉은 평균 66% 올랐다. 2015년에 평균 2천322만원이었던 것이 올해 3천865만원이 됐다. 임금 인상률은 최소 9%, 최대 178%다.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직 연봉이 평균 88%, 역무지원은 81%, 전동차검수지원은 49% 상승했다.
구의역 사고 피해자인 김군과 함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비슷한 시기에 외주업체에 입사한 박모 군의 경우 정규직 전환 이후 보수가 95% 올랐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외주업체 근무 당시 연봉은 1천940원이었지만, 올해는 3천980여만원을 받게 된다. 평가급, 연차수당을 제외한 실질급여는 상승률은 70%(1천420만원)다.
구의역 사고 당시 김군의 공구가방에선 컵라면이 나와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인 바 있다.
구의역 사고는 3선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재임 6년 7개월간 "가장 뼈아팠다"고 꼽는 일이기도 하다. 박 후보는 "효율성 중심의 정책인 외주화가 존속돼 나타난 게 구의역 사고"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4차례 지하철 안전대책을 발표했으며,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는 뜻을 밝혀왔다.
서울시는 사고 이후 '속도'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다시 확립하고 안전시설과 인력, 시스템 전반을 보강해왔다고 밝혔다.
지금도 비상상황이 생겼을 때 탈출을 방해하는 '승강장안전문 고정문'을 개폐가 가능한 비상문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 4월까지 노후 역사 9곳의 스크린도어 재시공과 핵심부품 교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안전 예산도 늘려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올해 안전 예산은 6천870억원으로 작년보다 24%(1천311억원) 증가했다. 노후시설 개량을 위한 국고보조금 383억원도 확보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 노후 전동차 교체에 2조2천억원 ▲ 철도, 전기, 전자 시설물 개량에 2조원 ▲ 안전 컨트롤타워인 스마트 통합관제 구축에 2천400억원 ▲ 신호시스템 개량에 2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노후 전동차는 2022년까지 610량(2·3호선)을 교체한다. 1차 교체분인 2호선 200량이 시운전 중이다. 올해 12월 투입된다. 2차분인 2호선 214량은 2020년까지, 3차분인 2·3호선 196량은 2022년까지 교체된다.
또 지하철 내진율 100% 확보를 목표로 성능보강이 필요한 53.2km에 대해 단계적으로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현재 7.6km(14.2%)가 완료됐다.
구종원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단 1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을 때까지 주요 사고·장애 3대 요인인 노후 핵심부품, 노후차량 및 전력·신호 기기, 직원의 취급 부주의 문제를 개선해나가겠다"며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등 신기술 활용도 더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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