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화물선 화재, 완전 진화 막바지…현장감식 1개월 예상(종합2보)
소방당국 사흘째 진화 작업…선박 상부 환기구 40여 개 개방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최은지 기자 = 인천항에 정박 중 불이 난 5만t급 화물선에서 소방당국의 진화작업이 사흘째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막바지 진화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화재가 완전히 진화된 이후에도 현장감식에만 1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21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항 1부두에 정박해 있던 파나마 국적 화물선 오토배너호(5만2천224t급)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소방당국은 이틀 연속 밤샘 진화작업을 벌이며 완전 진화에 주력했다.
그러나 화물선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선박 내부 연기와 열기가 거센 탓에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이틀간 선박 측면 10mm 두께의 강판에 가로·세로 1m 크기의 구멍 13개를 뚫어 연기와 열기를 배출했다.
구조대원 60명을 5개 조로 나눠 한 번에 선수와 선미를 통해 각각 6명씩 투입해 화물선 내부에서도 진화작업을 벌였다.
이날 오후에는 선박 내부에서 잔불을 정리하고 수색작업을 벌이기 위해 오토배너호의 상부 환기구 40여 개를 개방했다.
환기구 개방 조치로 선박에서 다시 연기가 대거 배출됐고, 현장과 주변 일대는 마스크 없이는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대기 질이 혼탁해졌다.
화재 첫날에도 5천여개의 타이어가 타면서 발생한 검은 연기가 남동풍을 타고 10km 떨어진 연수구·남동구 일대까지 퍼져 고통을 호소하는 200여건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인천시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오후 3시 28분께 '인천항 화재 선박 상부 개방에 따른 연기 확산. 외출 자제 및 외출 시 마스크 착용 바랍니다'라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했다.
소방당국도 화재 완전 진화를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처음 공개된 최초 발화 장면 사진에는 화물선 안에 빼곡하게 실린 중고차 사이로 붉은 불길과 까만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담겼다.
현장을 지휘하는 박성석 인천 중부소방서장이 이날 오전 7시께 화물선 내부에 직접 들어가 확인한 결과, 1층부터 방화선을 구축한 8층 갑판까지는 화재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9층 갑판에 농연이, 10층부터 13층 갑판까지는 선적된 차량이 타면서 철판이 녹아 변형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거의 진압이 완료됐다"며 "방화선을 구축한 선박 9층 이하로는 화재 피해가 없었고 9층부터 12층 갑판까지는 불이 완전히 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13층 갑판 선미 쪽에 아직 불이 남아 있다"며 "선박 내부에 300도가 넘는 열을 빼낸 뒤 모든 소방대원을 투입해 잔불까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이달 21일 오전 9시 39분 인천시 중구 항동 7가 인천항 1부두에 정박해 있던 오토배너호에서 중고차 선적 작업 중 발생했다.
이 불로 화물선에 선적된 중고차 2천438대 중 선박 11∼13층에 있던 차량 1천460대가 모두 탔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사흘째인 이날 오전 현재 그동안 화물선 내부에서 발생하던 거센 연기가 거의 잦아든 것으로 보고 곧 완전히 진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불이 완전히 꺼진 이후에도 화재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감식에 최소 1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길이 199m, 폭 32m, 높이 18m의 대형 선박이어서 감식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방당국은 필요한 경우 조사 기간을 추가로 1개월 연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