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도 리얼리티도 살아있네…'미스 함무라비'

입력 2018-05-23 09:18
캐릭터도 리얼리티도 살아있네…'미스 함무라비'

밤 11시 핸디캡에도 2회만에 시청률 5% 근접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현직 판사가 쓴 대본"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문유석 판사의 대본 집필로 화제를 모은 JTBC 월화극 '미스 함무라비' 상승세가 초반부터 심상치 않다.

23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방송한 이 드라마 2회 시청률은 4.6%(유료가구)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방송한 1회 3.7%보다 0.9%포인트 오른 수치다. 전날 수도권에서는 5.2%까지 찍으며 5% 벽을 넘기도 했다.

JTBC 월화극 중 초반부터 5%에 근접한 작품은 '미스 함무라비'가 처음이다. JTBC 월화극이 부활한 후 방송한 '그냥 사랑하는 사이'와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2%대에 그쳤고, 폐지되기 전 방송돼 인기를 끈 '밀회'도 초반 3%대로 시작해 마지막회에 가서야 6%대를 달성했다.

오후 11시 시작해 자정이 훌쩍 넘어 끝난다는 핸디캡에도 '미스 함무라비'는 뛰어난 리얼리티와 톡톡 튀는 캐릭터 설정으로 초반부터 입소문을 타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는다.





민사44부 세 축이 일단 극을 탄탄하게 받친다는 점이 가장 큰 무기다. 급하고 불같은 성격의 부장판사 한세상(성동일 분), 열혈 초임판사 박차오름(고아라), 냉정한 엘리트 판사 임바른(김명수)이라는 캐릭터 플레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전혀 다른 세 사람이 재판을 고리로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재미를, 동시에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감동을 안겨준다.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아버지와 '개딸'로 만난 성동일과 고아라는 이번에도 남다른 조합을 보여준다. 1회에서 짧은 치마를 지적하는 한세상에 대항해 눈만 보이는 아랍 의상을 입고 나타난 박차오름의 모습에 웃지 않은 시청자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아파트 비리, 아이돌 노예계약 전속무효 소송, 외국인 노동자 임금 체불까지 각종 인물의 이해가 얽힌 '생활형 재판' 하나하나에도 진심으로 참여하는 박차오름을 보고 한세상과 임바른이 초심을 깨닫는 장면에서는 무게감이 상당했다.

개인주의자 판사로 변신한 김명수 연기도 기대 이상이다. 그는 이번에 전작 '군주-가면의 주인'에서보다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고아라와의 합도 좋은 편이다.



스토리가 '법정판 미생'처럼 느껴질 만큼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것도 시청자를 끄는 요소다.

최근 쏟아지는 법정극을 보면 성범죄부터 살인까지 그야말로 '큰 사건'을 소재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스 함무라비'는 제삼자가 보기에는 소소하지만, 재판 당사자들에게는 인생이 걸린, 생활형 재판을 소재로 한다.

거기에 문유석 판사의 실제 경험이 빼곡히 담겼으니 시청자가 보기에도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법정극이 총 쏘고 칼부림하며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장대함 없이도 충분히 긴장감 넘치고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미스 함무라비'는 보여준다.

'미스 함무라비' 관계자는 "이 드라마는 어떻게 보면 '법정판 미생' 같은 느낌도 있다. 엄청나게 큰 사건들을 보여주지 않는 대신 판사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법정극이지만 시시비비를 가리는 이야기도 아니고, 그저 사건이 담은 뒷이야기들을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조명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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