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中 안전보장·경제지원 얻으면 美와 대화에 소극적일 수도"
주네덜란드대사관, 라이덴大·싱크탱크와 한반도 세미나 개최
"비핵화모델, 北체제보장·경제지원 고려한 '한국형 모델' 돼야"
"北인권 적극 제기해야"…"EU, 北비핵화 검증비용 지원 가능"
(헤이그=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주(駐)네덜란드 한국 대사관은 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내달 12일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22일(현지시간) 헤이그에서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아시아센터와 국제문제 싱크탱크인 클린헌달연구소와 공동으로 한반도 상황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장에는 네덜란드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학자, 국제관계 전문가, 한반도 관련 업무 종사자 등 80여 명이 참석해 최근 한반도 정세에 관한 많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윤영 주네덜란드 대사는 "지난 4월 27일 남·북한 두 정상은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오랜 대결을 끝내고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지난해까지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긴장을 고려하면 최근 한반도의 진전상황은 놀라운 반전"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이어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은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또 하나의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강한 지지와 긴밀한 협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며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남북정상회담 자문단으로 활동한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한반도 진전 상황이 과거와 다른 점은 "주도세력이 관료나 외교관이 아니라 정치지도자들이라는 점"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에 찬 협상가', 문재인 대통령은 '단호한 피스 메이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야심 있는 독재자'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현 상황은) 정치적 과정이기 때문에 변화가 빠르고 광범위하며, 아주 유동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북한이 순항하는 듯하던 북미정상회담을 위협하고 나선 데 대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과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언급함으로써 김 위원장이 내세운 '단계적 동시적 접근'에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 교수는 "만약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체제안전보장과 경제적 지원에 대한 약속을 확보하면 북한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중국 변수'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계속 대화에 나서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 교수는 강한 제재 압박과 함께 인센티브를 제시할 것과 비핵화 진전과 평화체제협상을 병행할 것 등을 제안했다.
한반도 비핵화 모델에 대해선 아르헨티나·브라질, 우크라이나, 리비아, 이란 등 여러 나라의 케이스가 거론되지만, 한반도 상황은 이들 국가와 다르다며 북한의 안전보장과 정치체제, 국제적 고립, 경제문제 등을 고려한 '코리아 타입'의 비핵화 모델이 필요하다고 전 교수는 강조했다.
시코 폰 더 미어 클린헌달연구소 연구원은 한반도에서 EU의 역할과 관련, "EU는 대북투자나 북한 경제 현대화를 통해 북미 간 합의가 성공하도록 하는 경제적 지원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비핵화 검증에도 많은 비용이 드는데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처럼 EU가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EU는 북한과 대화채널을 유지함으로써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완화하고 갈등을 막는 피스메이커 역할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며 북한에 제재 압박을 통해 합의를 이행하도록 하는 역할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렘코 브뢰커 라이덴대학 교수는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 인권에 관해 얘기하지 않아 아쉽다"면서 "북한의 인권침해는 구조적인 문제이고, 북한은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 체제를 제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인권문제를 관철하면 (북한으로부터) 어떤 것이든 얻어낼 수 있다"면서 "북한 인권문제를 강조하게 되면 북한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갈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다시 협상장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협상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터 포트만 네덜란드 외교부 아시아·오세아니아 국장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네덜란드의 가장 큰 우려는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비확산문제이고, 두 번째는 북한 인권상황이며, 세 번째는 한반도 평화"라면서 "네덜란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네덜란드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으로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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