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팬들과의 만남에서 해답을 찾다

입력 2018-05-22 20:03
심석희, 팬들과의 만남에서 해답을 찾다

팬미팅서 고민 주고받으며 치유의 시간

"태풍이 불면 나무는 흔들릴 수밖에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세계 최고의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거나 오랜 기간 마음속에 품었던 목표를 달성한 순간, 많은 선수가 스스로 고꾸라지곤 한다.

이제 목표가 사라졌다는 허탈감에 사로잡혀 훈련량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올림픽이 끝나고 많은 메달리스트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이유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한국체대)도 최근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는 "오랜 기간 목표로 삼았던 평창올림픽이 끝나 많이 허탈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첫 팬 미팅의 의미는 컸다.

심석희는 팬들과 고민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때때로 눈물을 흘리며 팬들의 고민을 경청했고, 경험을 곱씹으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심석희는 행사장을 가득 메운 200명의 팬 앞에서 자신의 힘들었던 인생사를 고백했다.

그는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나'라는 한 팬의 질문에 "초등학교 시절 고향인 강릉에서 서울로 상경해 찜질방에서 생활하며 훈련했다"라며 "찜질방에서 생활하다 함께 훈련하는 친구의 집에서 지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을 비관하지 않았기에 이겨낼 수 있었던 같다"라며 "현실에 매몰되지 않는 게 행복을 찾는 지름길인 것 같다"고 밝혔다.

심석희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난 직후"라며 "내 주변에 힘든 상황이 너무 많았는데, 독한 마음으로 버티자고 마음먹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태풍이 오면 나무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법"이라며 "힘든 상황을 피하는 데 집중하는 것 보다 이겨내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를 곱씹는 과정은 심석희에게 치유의 시간이 된 듯했다.

그는 "경기장에서 느끼지 못한 많은 감정을 안게 됐다"라며 "다시 한 번 힘을 내 뛰겠다"라고 말했다.

심석희의 선수 인생 제2막이 열렸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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