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악연' 이근호, 2번째 도전은 부상에 '발목'

입력 2018-05-22 11:50
'월드컵 악연' 이근호, 2번째 도전은 부상에 '발목'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소집명단 오르고 막판 탈락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앞두고 무릎 부상으로 낙마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두 번째로 '꿈의 무대'에 서기를 기대했던 베테랑 공격수 이근호(33·강원)의 월드컵 출전 소망이 사라졌다.

이근호는 22일 월드컵을 앞두고 소집됐던 27명의 소집명단에서 이름이 지워졌다. 병원 정밀 검진에서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가 파열돼 6주간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근호로선 생애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을 본선 무대 출격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난 19일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경남FC와 경기 때 후반 4분 오른발 아웃사이드 슈팅을 한 후 상대 선수와 엉켜 넘어지면서 무릎을 다친 게 화근이었다.



지금 서른세 살의 나이라서 서른일곱 살이 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지막 월드컵 무대일 수 있었던 러시아로 가려던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부상에 발목을 잡히면서 '월드컵 악연'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8년 만에 재현된 셈이다.

이근호는 당시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하던 시절 잘 나가는 공격수였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에서 맹활약하며 한국을 본선으로 이끈 주역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대표팀 소집 이후 살아나지 않은 경기력이 문제였다.

허정무 감독은 남아공 입성을 앞두고 고지대 적응 등을 겸해 사전캠프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부근으로 떠나면서 최종 엔트리(23명)보다 세 명 많은 26명으로 전지훈련 멤버를 꾸렸다.



주전 경쟁을 유도해 남아공 입성 직전 세 명을 탈락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이근호는 공격수들과 경쟁했지만 결국 3명의 탈락자 명단에 포함됐다. 이근호 외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신형민(전북)도 6월 1일 새벽 짐을 싸서 급거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당시 허정무 감독은 "이근호에게 기회를 많이 줬는데 장기간 실전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탈락 이유를 설명했다. 대신 이동국(전북)과 이승열 등이 공격수로 남아공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근호는 월드컵 본선 직전 탈락의 충격에 한동안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이근호는 절치부심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당당히 승선했다.

당시 상무 소속의 육군 병장이던 이근호는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2014년 6월 17일 H조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전에서 후반 23분 회심의 중거리포로 월드컵 데뷔골을 터뜨렸다.



이어 같은 달 23일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는 후반 19분에 투입돼 후반 27분 구자철의 득점을 배달하며 두 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작성했다.

한국이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근호는 남아공 월드컵 출전 좌절을 한을 풀어냈다.

그리고 다시 4년이 흐른 시간 이근호는 러시아 월드컵 소집명단(28명)에 이름을 올렸고, 신태용호의 주전 공격수로 월드컵 출전이 유력한 상태였다.

하지만 부상 악재를 만나면서 A매치 84경기에서 19골을 넣었던 그의 월드컵 여정도 종착역에 다다르게 됐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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