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비율 조정 후 재추진할 듯"
"주주 동의 여부 중요성 보여줘"…주가 전망은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현대차그룹이 21일 현대모비스[012330]와 현대글로비스[086280]의 분할·합병안을 철회하자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례가 기업 의사결정에서 주주 동의의 중요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증권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기보다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비율을 재조정하거나 현대모비스 선(先)분할 등 기존안을 일부 수정하는 선에서 보완책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할합병안 중단은 주주 동의 없는 기업 의사결정이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며 "주주들에게 충분한 '당근'을 제시하지 않은 채 대주주에게 득이 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 역시 "현대차가 양도세 납부 등 정공법을 택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당국에서도 납득할 정도의 개편안을 내놓았으나 소통 부족 등으로 주주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이번 개편안 철회 결정은) 회사 주인이 주주라는 점을 보여준 셈"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고 이사는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기존안대로 추진하되 정의선 부회장 측 손해를 감수하고 분할 현대모비스 가치를 높여 합병비율을 조정하거나 현대모비스를 먼저 분할해 존속회사와 분할회사를 동시에 상장시키는 식으로 시장이 가치를 결정하게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원점에서 다시 지배구조 개편안을 만드는 것은 실사를 재진행하고 법적·정책적 검증 등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준성 연구원도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하거나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먼저 상장시키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분할합병안 철회에 따른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경우 AS부문이 빠져나간다는 우려가 덜어지면서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성 연구원도 "최근 현대·기아차가 실적 등 펀더멘털이 좋아졌음에도 주주 입장에 반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이 우려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주가상승으로 나타나지 못했다"며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이 어떤 식으로든 주주가치를 더 높이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고태봉 이사는 "이번 결정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지배구조 개편안을 완전히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아닌 이상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