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시 타격 우려…결국 개편안 접은 현대차그룹

입력 2018-05-21 17:54
수정 2018-05-21 18:11
부결시 타격 우려…결국 개편안 접은 현대차그룹



시간 들여 재검토…분할·합병 비율 재조정 등 거론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21일 현대모비스[012330]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한 것은 개편한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이에 따른 타격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개편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면 그동안 개편안의 당위성과 공정성을 주장해온 그룹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완전히 새로운 내용의 개편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모비스의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다음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글로비스에 합병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모비스와 글로비스는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이러한 분할·합병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개편안 발표 직후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올바른 의사결정으로 긍정적이다"라고 호평하는 등 현대차그룹에 힘을 실어주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을 시작으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줄줄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개편안 통과 여부가 점점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반대 의견의 핵심은 현대차그룹이 정한 합병 비율이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고 분할·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분명치 않으며,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불가피한 방안이라는 현대차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개편안이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모든 주주에게 이익일 뿐 아니라 변화하는 자동차산업에서 그룹이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한 최적의 안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정의선 현대차[005380] 부회장이 외신과 직접 인터뷰해 개편안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각사 대표이사들이 주주들에게 개편안 지지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 주주에게 영향력이 큰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공단과 자문 계약을 맺은 기업지배구조원마저 반대를 권고하면서 시장에서는 개편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국민연금은 찬반 결정을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맡기기로 했고, 이번 주 중 의결권전문위가 열려 결론을 낼 예정이었다.

이런 가운데 의결권전문위가 부담을 덜기 위해 '기권'이나 '중립'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마저 나오면서 상황은 현대차그룹에 더 불리하게 돌아갔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무리하게 개편안을 밀어붙이기보다 시간을 두고 개편안을 수정·보완하면서 주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시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며 "개편안을 무리하게 강행하지 않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한번 중도에 접은 경험이 있는 만큼 다음번에 개편을 추진할 때는 주주들과 정부를 모두 만족시켜 주총 통과를 자신할 만한 수준으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에서 순환출자 해소를 계속 압박하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다.

개편안 수정 방향과 관련해서는 현재의 지배회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모비스와 글로비스 간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이나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병행하는 방안 등이 업계에서 거론된다.

그룹 관계자는 "개편안 보완 및 재검토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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