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보육교사 피살사건 증거 보완해 영장 재신청 방침
"구속 상당성 현 단계 부족할 뿐 피의자 혐의점 없다는 것 아니"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9년간 범인이 잡히지 않아 '제주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불리는 어린이집 보육 여교사 피살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다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 사건을 재수사하는 제주지방경찰청은 기존에 확보한 증거를 재분석하고 보완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과학 수사를 벌여 피의자 박모(49)씨의 차량 뒷좌석과 트렁크에서 나온 옷 실오라기가 피살된 A(27)씨가 당시 착용한 옷과 동일한 종류라는 점을 입증할 예정이다.
A씨가 귀가하던 당시 박씨의 택시를 이용했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유력한 증거도 찾고 있다.
경찰은 최근 동물 이용 실험 등을 통해 재확인한 A씨의 사망 시점 '2009년 2월 1일'을 법원에서도 인정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부검의는 A씨의 사망 시점을 시신 발견일을 기준으로 24시간 이내인 2009년 2월 7∼8일로 추정했다. 이는 경찰이 초동 수사로 추정했던 사망시점과 달라 당시 논란이 된 바 있다.
A씨는 2009년 2월 1일 제주시 용담동에서 택시를 타고 제주시 애월읍으로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이후 일주일 뒤인 그해 2월 8일 목이 졸려 숨진 채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농로 배수구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미제로 남은 이 사건에 대해 지난달부터 재수사를 벌여 섬유 증거 등 확보한 새로운 증거를 토대로 지난 16일 경북 영주에 있던 박씨를 피의자로 체포한 후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제주지법 양태경 부장판사(영장전담)는 지난 18일 "피해 여성 A씨가 당일 피의자의 운행 택시에 탑승한 사실 등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면서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피해자의 사망 시점이 2009년 2월 1일이라는 최근의 감정결과는 범행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속한 사건 해결을 바라는 도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도 "구속영장 기각이 수사 종결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9년 만에 용의자를 피의자로 전환하고 증거 수집과 체포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상당성이 없다는 것뿐이지 피의자가 혐의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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