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아시아나, '황금시간' 양도해 저가항공 지원 의혹"(종합)
안규백 "슬롯 교환 명목으로 계열사 지원…국토부는 관리 소홀"
국토부 "항공사간 슬롯 교환은 국제 기준에 따른 것"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승객의 선호 시간대 운항권을 자사 계열 저비용항공사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편법 지원했다는 의혹이 21일 제기됐다.
감독 기관인 국토교통부는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고도 이러한 항공사간 지원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2018년까지 항공편의 운항시간대를 의미하는 '슬롯'(Slot) 교환은 대한항공과 진에어 간 6회,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은 11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별 슬롯 교환 노선은 대한항공의 경우 나리타·후쿠오카·세부·기타큐슈·사이판·코타키나발루, 아시아나항공은 시즈오카·다카마츠·히로시마·요나고·시엠립·코타키나발루·나리타·홍콩·나리타·깔리보 등에서 이뤄졌다.
슬롯 교환은 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승객의 선호 시간대 운항권을 자신들이 지분을 보유한 저비용항공사에 넘기고, 반대로 밤이나 새벽대의 운항권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동남아 지역의 경우 저비용항공사가 인천공항에서 오후 10시대에 출발해 현지시각 새벽 2시대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오후 6시대에 출발해 오후 10시대에 도착하는 대형 항공사의 항공편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승객들이 선호하는 황금시간대의 슬롯에 항공편이 많을수록 항공사의 수익도 높아지기 때문에 대형 항공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저비용항공사를 지원하려 했다는 게 안 의원 측의 설명이다.
진에어는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6년간 불법으로 등기이사에 등록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계열 항공사와 교환한 슬롯을 거의 운영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지난해 4월 감사원으로부터 슬롯 조정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오는 7월부터 관련 업무에 대한 감독을 정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계열 항공사의 영업에 유리한 슬롯을 양도하는 것은 편법적인 것으로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국토부를 포함한 관계 기관의 엄정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항공사 간 슬롯 교환은 일반적으로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공항운영의 효율성, 스케줄 편의성 등을 고려하여 허용된다"면서 "다만 일부 불공정 경쟁을 유발할 수 있어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측도 "슬롯 교환은 국제적으로 확립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규정에 따라 어떠한 항공사에 의해서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으며, 권장사항으로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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