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신흥국 위기…숨죽인 중앙은행들 돈줄 쥐고 관망세
미국 추가인상 전망에도 여타 주요국은 금리 동결 행진
'경기 부양 + 통화절하 방어' 신흥국 셈법 복잡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추가인상이 확실시되지만 미국을 제외한 여타 국가에서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을 빼면 세계 경기가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고 있어 금리를 올릴 수도 없고 신흥국 통화위기 불안감 때문에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기준금리 변동 현황에 따르면 세계 주요 20개 국가(G20) 중에서 올해 2분기 들어 기준금리를 인상한 곳은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 등 통화가 불안한 2개국뿐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한국, 멕시코 등 상당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선진국인 주요 7개국(G7) 중에서는 미국을 제외하고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는 곳은 없다.
비교적 낙관적인 경제 전망과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라는 뚜렷한 방향을 보여주는 미국과 달리, 나머지 선진국들은 긴축에 박차를 가할 만큼 각종 경제 지표에서 명백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11월 0.5%로 인상한 이후 이달 10일까지 4차례 회의에 걸쳐 기준금리(0.5%)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달에는 0.25%포인트 추가 인상 관측이 우세했는데도 영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1% 증가에 그치는 등 경제 지표가 부진하자 인상 관측이 급격하게 힘을 잃었고 실제로도 동결로 결론 났다.
일본은행도 2016년 1월 기준금리를 -0.1%로 낮춘 이후 지난달 27일 금융정책회의에 이르기까지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일본 정부 목표인 2%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고, 1분기 GDP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해 8분기 연속 성장세가 멈췄다.
캐나다은행은 올해 1월까지 6개월 새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추가로 올해 3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률과 미국 통상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3∼4월 2차례에 걸쳐 동결을 결정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가들의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26일 제로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ECB 기준금리는 2016년 3월 0.05%포인트 내려 제로를 찍은 이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경기 변수들을 지켜보며 더욱 촉각을 세우는 곳은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앞서 올해 2월까지 6차례에 걸쳐 인상 행진을 보인 멕시코는 페소화 약세로 지난 17일까지 2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신흥국은 대내외 여건에 금리 인상과 인하 요인이 혼재해 더욱 미묘한 상황이다.
브라질은 2016년 10월을 시작으로 1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완화정책을 쓰다가 지난 16일에는 달러 강세를 견디지 못하고 동결했다.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에 시달리는 국가들은 최근 기준금리를 올려도 추가 절하를 막지 못해 불안감이 커졌다.
고용 부진이나 통화 약세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관측되는 국가도 여러 곳이다.
호주는 고용지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내달 초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관측되고 있으며 지난 3월 금리를 인하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랜드화 가치 하락과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물가상승률이 겹쳐 오는 24일 금리 동결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신흥국 통화위기로 시장이 불안해진 상황에도 '나 홀로' 경기 회복세를 자신하는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돼 중앙은행들의 셈법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8일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이 종종 과장된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시장 자금 이탈론을 경계했으며 연방준비은행 총재들도 최근 잇따라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19일 현재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문가들의 미 기준금리 연말 전망치(중간값)는 2.25∼2.50%로 연내 3차례의 추가인상 관측이 우세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달러와 국채 금리 급등에 주요 신흥국이 정책금리 인상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돈줄을 죄지 않았다가 투자자들이 불어난 경상수지 적자, 통화가치 급락, 물가 급등에 집중하면서 신흥시장으로부터 등을 돌릴까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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