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작업중 추락 사망현장에 아무도 없었다"…신고자 전언

입력 2018-05-19 13:59
수정 2018-05-19 17:43
"고속도로 작업중 추락 사망현장에 아무도 없었다"…신고자 전언



70대 농민 논일하러 가다 발견…"근로자들 철제 계단에 깔린채 쓰러져 있어"

경찰, 현장 안전수칙 준수 여부 조사



(예산=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19일 오전 충남 예산군 대전∼당진 고속도로 차동 1교에서 발생한 근로자 4명 추락 사망사고 현장은 풀숲에 가려진 비탈이었다.

폴리스 라인이 둘러쳐진 둔덕에는 30여m 위 고속도로 다리에서 떨어진 경사형 교량 점검시설(계단형 이동통로)이 널브러져 있었다.

인근에는 다소 무거워 보이는 발전기도 땅바닥에 덩그러니 있었다.

경찰과 도로공사·노동청 관계자는 그 주변을 분주히 오가며 심각한 표정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사고 당시 근로자들은 50㎏쯤 돼 보이는 발전기를 들고 계단형 이동통로를 지나던 중 이 통로가 무너지면서 30여m 아래로 함께 떨어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47분께 이곳에서 근로자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처음 발견한 건 마을 주민 A(76)씨다.

A씨는 논일 하러 트랙터를 타고 이동하던 중 뭔가 하얀 게 언덕에 있어서 이상하게 느껴 가봤다.

고속도로 주변 마을 길 옆이긴 하지만, 고속도로 다리가 만든 그림자까지 길게 드리워져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을 만한 곳이었다.

그는 "내 논 옆 저쪽으로 원래 없던 게 있는 것 같아서 근처에 가 보니 빨간 조끼를 입은 사람이 난간에 깔려 있는 게 보였다"며 "가까이 가 보지 못하고 놀라서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들은 깔린 채 조금의 움직임도 없어 이미 숨져 있는 것으로 보였으며, 주변에는 이들 외에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의 말로 미뤄볼 때 당시 공사 관계자나 동료들이 현장에 없어 실제 사고와 발견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A씨는 "일상적으로 (예컨대) 오전 8시 전후로 작업을 시작했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내가 발견하기 전 얼마나 저 자리에 있었는지는 모르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도로공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작업 중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작업지침을 보면서 감독자가 있어야 할 작업이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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