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의 소형 해치백 '클리오'
주행 기본기 잘 갖춘 콤팩트카…작은 크기는 한계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클리오[237880]는 유럽 소형차 시장, 좀 더 정확히는 B세그먼트급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다.
1990년 출시 이후 현재의 4세대 모델까지 진화하는 동안 1천400만대가 판매됐다고 한다.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숫자에는 정직함이란 미덕이 있다. 클리오의 인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클리오는 특히 르노삼성이 출시하는 첫 프랑스 르노 브랜드의 차량이란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차량 전면에도 르노삼성의 엠블럼 대신 '로장주'(마름모)로 불리는 르노의 고유 엠블럼이 딱 박혀 있다.
클리오를 17일 시승했다. 강남 가로수길에서 출발해 올림픽대로와 곤지암 나들목을 거쳐 경기 광주의 레스토랑 퍼들하우스까지 달리는 70㎞ 구간이었다.
출발할 때는 비가 많이 내렸지만 중간쯤부터는 비가 그친 도로가 나타나면서 제대로 달려볼 수 있었다.
클리오는 체구는 작지만 야무졌다. 1.5ℓ 직렬4기통 디젤 dCi 엔진에 게트락의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물렸다는데 달리기의 기본기가 탄탄했다.
엔진은 최대 90마력에 최대토크 22.4kg.m의 성능이다. 폭발적인 가속력은 없지만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경쾌하게, 그리고 매끄럽게 가속이 이뤄졌다.
시속 150㎞까지 끌어올려도 엔진이 힘겨워하는 기색 없이 한결같은 페이스로 꾸준히 가속이 됐다.
이런 주행 능력은 운전자를 즐겁게 한다. 언제든 원하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봤다. 실제 도로여서 완전히 정차할 순 없었지만 운전자의 몸이 앞으로 급격히 쏠리지 않으면서 힘있게 속도가 줄어든다.
코너 구간에선 차의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진입해봤다. 지면과의 끈적한 접지력이 느껴지며 차가 도로의 곡선을 따라 빠져나갔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디젤차 특유의 소음·진동을 상당히 잘 억제했다는 점이다. 차가 정차하면 엔진이 멈췄다가 출발 때 다시 엔진이 켜지는 기능을 갖췄는데 엔진 재시동 때 충격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고속 주행 때도 풍절음이 크지 않아 작은 목소리로 차 안에서 대화할 수 있을 정도였다.
클리오는 말하자면 달리기의 기본기를 잘 갖춘 차다. 이런 차는 운전이 즐겁다. 차가 운전자 뜻을 잘 따라주기 때문이다.
클리오는 내장이 화려하기보다는 심플하고, 눈이 휘둥그레지게 할 요란한 기능을 갖고 있진 않다. 하지만 균형이 잘 맞으면서 아름다운 곡선을 지닌 외관을 갖췄다.
크기가 작은 소형차라는 점은 한계다. 성인 4명이 타기에는 뒷좌석이 좁은 편이다. 트렁크도 넉넉하다고 할 만한 크기가 못 된다.
하지만 뒷좌석을 모두 접어 적재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융통성은 지녔다.
화려한 인테리어보다는 차의 주행 성능에 우선순위를 두는 운전자라면, 아직 아이가 크지 않은 젊은 부부, 또는 미혼의 젊은이라면 클리오는 반드시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다.
특히 원산지인 프랑스보다도 최대 1천만원 가까이 가격을 낮췄다고 한다. 주행 성능이 중요한 운전자라면 이만한 가격에 이런 차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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