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드루킹사건 진상 규명, 신속한 특검 수사밖에 없다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원 드루킹(김 모 씨·구속기소) 일당의 포털 기사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사이 새로운 의혹이 자꾸 불거지고 있다. 주범 드루킹은 18일 한 일간지에 보낸 옥중 편지에서 김경수 전 민주당 의원의 사실상 승인 아래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로 댓글 조작을 했고, 작업 내용도 그에게 매일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작년 4월 민주당 대선 경선 후 선거를 도운 후 김 의원에게 인사 추천을 했지만, 그해 12월 최종적으로 거절돼 결국 7개월간 속고 농락을 당했다고도 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하면서 진실 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정치 브로커' 성향이 다분해 보이는 드루킹의 주장은 구속돼 재판을 받는 자신의 처지를 유리하게 이끌고, 인사 청탁 실패에 대한 배신감 토로 차원에서 나온 일방적 주장 가능성이 크긴 하다. 하지만 일부 내용은 시점과 정황 묘사가 매우 구체적이다. 수사 당국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위를 가릴 필요가 있다. 김 전 의원은 그간 드루킹 일당의 선플 작업 외 불법 댓글 작업 사실을 몰랐으며, 매크로도 지난 4월에야 알게 됐다고 밝혀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한 게 분명하다.
드루킹은 편지에서 "지난 14일 다른 피고인의 조사 시 모르는 검사가 들어와 '김경수와 관련된 진술을 빼라'고 지시했다"며 검찰의 수사 축소 의혹도 제기했다. 검찰은 즉각 사실무근임이라고 반박했다. 드루킹이 수사·공판 담당 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김 전 의원을 둘러싼 의혹 수사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재판 조기 종결 등 자신의 요구 조건을 들어 달라고 해 '거래'를 시도했다는 설명도 내놨다. 하지만 그간 검찰이 경찰 수사를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고, 사건 관련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대부분 반려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댓글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4월 중순 이후 검경이 보여준 수사 의지와 성과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언론의 의혹 제기나 여론의 질타에 밀려 뒤늦게 범행 현장을 압수 수색을 하거나 관련자를 소환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정치적 사건이란 부담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있어 두 수사 기관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자주 연출했다. 드루킹 일당의 범행이 작년 대선 전후,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시점부터 자행된 정황이 속속 드러났지만,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그 결과 각종 의혹과 정치적 공방만 키웠고 결국 특검 수사를 초래했다. 정치권은 특검법 처리 시한인 18일에도 특검의 시기와 규모를 놓고 공방을 벌여 정상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검법이 곧 처리되더라도 실제 수사팀을 꾸리고 수사에 착수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특검 수사는 최대한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 사건의 정확한 진실을 밝힐 방법은 이제 특검밖에 없다. 검경의 의도적 수사 소홀 의혹도 특검이 꼭 규명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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