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고양이는 예술이다·드라이빙 미스 노마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선한 권력의 탄생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 고양이는 예술이다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가장 인기 있는 반려동물인 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을 고양이를 그린 동서고금의 명화를 통해 살펴본다.
저자는 영국 출신 세계적인 동물학자인 데즈먼드 모리스로, 1967년 출간된 명저 '털 없는 원숭이'를 비롯해 '바디 워칭', '피플 워칭', '맨 워칭' 등을 썼다. 그는 런던 현대미술학회 상임이사를 지낸 초현실주의 화가이기도 하다.
책에는 리비아에서 발견된 7천년 전 암각화에 그려진 싸우는 고양이에서부터 4천년 전 바빌로니아의 고양이 두상, 고대 이집트의 고양이 벽화, 고대 로마의 고양이 모자이크, 중세 유럽의 동물우화집,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고양이 스케치, 19세기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갱, 로트렉, 마티스의 그림 속 고양이, 그리고 20세기 클레와 피카소의 고양이 그림에 이르기까지 137점의 명화가 담겼다.
저자는 이들 작품 속 고양이의 모습과 표정을 동물학자로서의 엄정한 시선과 예술가로의 풍부한 감수성으로 읽어낸다. 그리고 그림마다 동물 생태학적, 역사적, 미술사적, 미학적 주석을 달았다.
신의 상징, 악마의 현신, 쥐잡이, 움직이는 장난감, 집안의 일인자 등 화폭 속 고양이의 변천사를 통해 고양이의 사회적 위상과 처우가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도 추적한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변고양이'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18세기 조선의 화가 변상벽의 대표작인 '묘작도'도 실렸다.
은행나무출판사 펴냄. 288쪽. 2만3천원.
▲ 드라이빙 미스 노마 = 팀·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말기 암 진단을 받은 아흔 살 할머니 노마가 아들 팀, 며느리 라미, 반려견 링고와 함께 인생의 마지막 1년 동안 캠핑카를 타고 미국을 일주한 여행기.
노마는 2015년 8월부터 2016년 9월까지 32개 주 75개 도시를 돌아본 뒤 91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그는 여행 내내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 50만 명 팔로워에게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는데, '드라이빙 미스 노마(Driving Miss Norma)'는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 이름이다.
여행 중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들소 떼와 마주치기도 하고, 러시모어 산에선 거대한 화강암 조각상을 감상하며, 헤메스푸에블로에서 인디언들의 축제에 참여하기도 한다.
소소한 기쁨들로 채워진 노마의 마지막 1년은 죽음이 피할 수 없는 비극만이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아흔 살의 노모를 돌봐야 하는 아들 내외의 어려움과 가족을 잃은 슬픔 등 현실적인 문제들까지 꾸밈없이 기록돼 있다.
흐름출판 펴냄. 352쪽. 1만4천원.
▲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 = 김태균 지음.
혈액암을 선고받은 22살 청춘의 투병기와 생에 대한 의지를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에세이.
저자는 한창 외모에 신경 쓸 시기인 20대에 항암치료로 대머리가 된 것도 모자라 혈액암이 코 주위에 발병해 '잘생김을 포기'해야만 하지만, 마냥 절망하고 있지만 않는다. 외모 손상으로 인한 피해가 크지만, 조인성이나 강동원 같은 꽃미남 배우라면 입었을 피해에 비해 경미하다며 자신을 위로한다.
1부에는 항암치료 과정에서의 고통과 희비가, 2부는 치료를 끝내고 사회에 복귀한 뒤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그려진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저자의 눅진한 삶과 함께 생에 대한 통찰이 문장 곳곳에 숨어 있다.
페이퍼로드 펴냄. 244쪽. 1만3천원.
▲ 선한 권력의 탄생 = 대커 켈트너 지음. 장석훈 옮김.
경쟁과 이기심, 폭력을 바탕으로 하는 전통적인 권력 개념의 전복을 시도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20여 년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권력학을 제시한다.
권력을 남을 복종시키고 지배하는 힘 혹은 독재자의 전유물로 여기는 통념만으로는 노예제의 폐지, 독재의 몰락, 시민권의 성장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 확대, 소셜미디어(SNS)의 등장과 같은 역사적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권력은 타인에 의해 주어지는 힘이며, 연민과 이타심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권력의 기반이 된다고 본다.
공동체는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뒷말을 통해 형성되는 평판으로 어떤 개인이 공동체의 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따져 그에 상응하는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저자는 권력이 타인에 대한 관심을 통해 획득되고 유지된다고 본다. 하지만 권력의 맛을 보면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줄고 공감하지 못하게 되면서 금세 권력 남용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프런티어 펴냄. 236쪽. 1만5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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