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일가족 자폭테러서 홀로 생존 7세 여아, 트라우마 시달려
조부모와 살다가 사건 당일 엄마에 이끌려 현장으로 이동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인 친부모에게 이끌려 자살폭탄 테러에 동원됐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인도네시아의 7세 소녀가 심한 정신적 외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18일 현지 일간 자카르타포스트는 지난 14일 동(東) 자바 주 수라바야 지역 경찰본부에 오토바이를 타고 돌진해 자폭한 일가족 5명 중 홀로 생존한 아이스(7)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부모와 두 형제는 사건 현장에서 즉사했으나, 막내인 아이스는 몸에 폭발물이 부착되지 않았고 오토바이에서 도중에 떨어지는 바람에 목숨을 건졌다.
경찰 당국자는 "이 소녀는 조부모에게 맡겨져 생활하다가 사건 당일 아침 찾아온 어머니에게 이끌려 테러 장소로 이동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아이스는 사건 직후 경찰관에게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 때문에 '예', '아니오' 표현만 조금씩 할 뿐 주변 사람과 의사소통을 거의 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13일 밤 수라바야와 인접한 시도아르조 지역 아파트에선 사제폭탄이 터져 11∼15살 남매 3명이 부모를 잃고 고아 신세가 됐다.
경찰은 남매의 아버지인 안톤 프비안토(47)가 자살폭탄용 폭발물을 만들다가 실수로 폭발물이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안톤은 아내와 17살인 장남과 함께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세토 물랴디 인도네시아 아동보호기구(LPAI) 의장은 "고아가 된 어린이들은 부모의 극단주의 사상에 희생된 피해자들이지 테러범이 아니다"라면서 "이들을 돕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을 앞두고 부녀자와 아이를 포함한 가족 전체가 동원된 자폭테러가 잇따른 배경에는 IS의 지침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IS는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위해 가족 전부가 성전(聖戰)에 나서야 한다는 선전해왔다. 가장이 테러를 벌이다가 사망하면 가족들이 당국의 온건화 교육을 받아 극단주의에서 벗어나는 사례가 많다는 것도 고려했을 수 있다.
지난 13일 아침 수라바야 시내 교회와 성당 3곳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려 최소 14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치는 참사를 빚은 범인들의 경우 9세와 12세 여아 2명을 포함한 일가족 6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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