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땐 하천변 산책 위험…"자제가 상책"
수도권서 3명 급류에 사망…안전불감증 경계해야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의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하천변에 앞다퉈 조성한 산책로가 집중호우 때는 자칫 생명을 앗아갈수 있는 '위험지대'로 변할 수 있어 각별한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16일부터 사흘간에 걸쳐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일원에서 모두 3명이 하천에서 운동하거나 쉬다가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기습폭우가 내린 16일 서울 성북구 정릉천 자전거 도로에서 이모(64)씨가 자전거를 타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날 용인시 경안천 주변에서는 노숙인 A(42)씨가 역시 하천변에서 잠을 자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다음 날 시신으로 발견됐다. 17일에는 포천시 포천천의 징검다리에서 B(72)씨가 물에 빠져 숨졌다.
하천변을 벗어나 있었다면 화를 면할 수 있었으나, 모두 갑자기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변을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따라 다가올 본격적인 장마철과 여름철 태풍을 동반한 호우에 대비해 시민들의 안전의식 고취와 지자체의 하천변 산책로 관리가 차제에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중요한 안전수칙은 집중호우 때 하천변에서 산책이나 운동을 삼가는 일이다.
청계천변은 지상의 인도와 하천변 산책로 사이의 높이가 제법 있고, 출입구도 제한적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접근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집중호우시 출입문만 닫아도 안전확보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경우에는 하천로를 중심으로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몰려있고,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개방형 진입로를 여러 군데 만들어 놓아 사실상 통제불능인 상태다.
실제로 기상청이 중부 일부 지역에 최대 100㎜ 강우를 예보한 18일 비가 다소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하천 주변로에는 운동을 하거나 산책로를 출근길로 이용하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경기 군포시 안양천 산책로에서 우산을 쓴 채 걷기운동을 하던 이모(56·여)씨는 "오전 7시부터 2시간가량 산책로를 돌고 있다"면서 "비가 많이 오면 하천이 넘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가 적게 와 나왔다"고 말했다.
또 수원시 광교천 산책로로 출근하던 김모(24·여)씨는 "비가 많이 내린 어제도 이 길로 출퇴근했다"면서 "(내가 다니는) 산책로가 하천보다 높은 지대에 있어 물이 넘칠 위험은 없을 것 같다"고 안전문제에 특별한 경계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들처럼 기상당국의 일기예보나 안전 당부와 상관없이 자기 판단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산책이나 출근에 나서는 일이 적지 않아서 기습폭우가 내릴 경우, 위험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수위가 낮더라도 폭우가 쏟아지면 물이 순식간에 불어날 수 있으므로 폭우가 예보되면 하천 산책로나 자전거 전용도로에 접근하지 않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면서 "또한 하천 주변에 차를 세워두면 눈 깜짝할 사이 급류에 떠내려갈 수 있으니 차량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기상청이 호우주의보·경보를 내리면 하천 주변 순찰 강화, 출입 통제, 안내방송 실시 등 주민들의 안전확보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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