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보육교사 살해 피의자, 사건 9년 만에 구속심사 출석

입력 2018-05-18 14:05
제주 보육교사 살해 피의자, 사건 9년 만에 구속심사 출석

경찰 제시 증거엔 "모른다. 억울하다"…법원, 오늘 밤 구속 여부 결정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어린이집 보육 여교사를 성폭행하려다가 미수에 그치자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사건 발생 9년 만에 붙잡힌 피의자 박모(49)씨의 구속 여부가 18일 오후 늦게 결정된다.

제주지법 양태경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피의자 박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혐의와 구속 필요성을 심리했다.



40분가량 진행된 심사 내내 박씨는 경찰이 제시한 증거에 대해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 심사가 끝나고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 입감 전 '범행을 부인하느냐'는 기자 질문에는 짧게 '네'라고 답했고 '억울하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박씨가 스스로 '혼란스럽다'고 말하는 등 불안해 하면서 진술을 회피하는 투의 답변이 많아서 조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제주지방경찰청 미제 사건 수사 전담팀은 앞서 17일 오후 박씨에 대해 강간 등 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2009년 2월 1일 오전 3시∼오전 4시 5분께 당시 27세인 피해 여성 A씨를 자신이 운전하던 택시에 태우고 가던 중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제주시 용담동에서 택시를 탄 시각에 박씨도 제주시 용담동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기록이 있어 같은 곳에 있었음이 드러났다.

경찰이 동물을 이용한 실험 결과 A씨가 택시를 타고 가던 1일 새벽 살해된 것도 입증됐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농로 하수구와 똑같은 상황에서 폐사한 돼지·비글을 이용, 장기 중 하나인 직장 온도를 측정했을 때 일주일이 지나도 직장 온도가 바깥 온도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농로 하수구가 습하고 하수구 외벽 콘크리트와 상의가 두터워 시체에서 보온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망 24시간 이내 체온(37.5도)이 떨어져 바깥 온도와 같아진다는 일반 가설에 변수가 있음이 입증됐다.

A씨가 2009년 2월 1일 새벽 실종돼 일주일이 지난 8일 시신으로 발견됐을 당시에 A씨의 직장 온도가 바깥 온도보다 높았다.

이로 인해 A씨가 8일 기준 24시간 이내 숨졌다는 오류가 발생했다.

경찰은 여기에 강수 일 등 법 과학적 수사를 토대로 A씨가 택시를 타고 갔을 것을 추정되는 1일 새벽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2009년 사건 발생 두 달 후엔 4월 경찰에 붙잡혔으나 A씨를 택시에 태운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A씨가 같은 해 2월 7∼8일로 숨졌다는 부검 결과 때문에 알리바이가 성립돼 당시 박씨가 풀려나게 됐다.

경찰은 올해부터 진행한 재수사에서 A씨의 윗옷에서 실오라기를 발견, 증폭 기술로 확인한 결과 박씨가 사건 발생 당시 착용한 셔츠와 같은 종류임을 확인했다.

박씨에게서도 A씨가 당시 입었던 옷과 같은 종류의 실오라기를 발견, 상호 접촉이 있었다고 추정했다. 사건 발생 직후 A씨의 유류품과 휴대전화가 버려진 동선과 비슷하게 박씨가 택시를 몰았다는 점도 확인했다.

경찰의 재수사에서 박씨는 범행을 부인하면서도 경찰이 내미는 증거에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거부했다.

피해 여성 A씨는 2009년 2월 1일 오전 3시께 제주시 용담동에서 택시를 타고 제주시 애월읍으로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이후 일주일이 지난 같은 달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농로 하수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미제 사건으로 남은 이 사건에 대해 지난달 재수사에 공식적으로 돌입했다.

박씨는 2010년 제주를 떠나 잠적하던 중 지난 16일 경찰에 검거됐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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