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의혹' 말레이 前총리 집에서 명품백·현금 우르르(종합)
가족 아파트선 에르메스 등 명품백만 수백 상자…보석도 다량
경찰 "너무 많아 당장은 가치추산 불가"…규모 더 커질 가능성도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대규모 비리 의혹으로 부패척결 대상으로 지목된 나집 라작 전임 말레이시아 총리 일가의 집과 아파트에서 명품 가방과 보석, 달러화 등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18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6일 밤부터 나집 전 총리의 집과 아파트 등 6개소에 대한 수색을 진행한 말레이 경찰은 쿠알라룸푸르 고급 주택가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명품 핸드백 52개와 시계 10개, 다량의 현금과 외화를 압수했다.
핸드백과 시계는 대부분 샤넬과 구찌, 베르사체, 롤렉스, 파테크 필리프 등 브랜드의 명품이었으며, 함께 압수된 현금과 외화는 한국돈으로 약 1억7천만원 규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전날 아침 자택 내부에서 발견한 철제 금고를 여는데 성공할 경우 압수품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나집 전 총리 측은 열쇠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지난 20년간 열어본 적이 없는 금고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전문가를 동원했지만 워낙 견고한 금고여서 개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와 별개로 쿠알라룸푸르 중심가 부킷 빈탕 지역의 고급 아파트 세 곳에서도 엄청난 규모의 사치품과 현금을 압수했다.
아마르 싱 연방상업범죄조사국(CCID) 국장은 "(아파트에서 찾은) 압수물에는 핸드백이 담긴 상자 284개가 포함돼 있다"면서 "링깃화와 달러화 등 현금과 시계, 보석류가 담긴 가방 72개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핸드백 중 일부는 개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버킨 백이었다면서 "너무 많은 물품과 현금이 나와 당장은 정확한 가치를 추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들은 나집 전 총리의 가족이 사용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르 국장은 아파트 소유자의 명의를 묻는 말에는 나집 전 총리는 아니지만, 귀족격인 '탄 스리'(Tan Sri·비왕족 중 두번째로 높은 작위)라면서 "이번 수색은 1MDB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1MDB는 나집 전 총리가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설립한 국영투자기업이다.
그와 측근들은 1MDB를 통해 최대 60억 달러(약 6조4천억원)의 나랏돈을 국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나집 전 총리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67) 여사는 남편의 연봉 10만 달러(약 1억원) 외엔 알려진 소득원이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서도 다이아몬드와 명품백 수집을 취미로 삼는 등 사치행각을 벌여왔다. 현지에선 1MDB 횡령자금이 여기에 사용됐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나집 전 총리는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지난 9일 총선에서 압승해 61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신정부는 1MDB 스캔들을 재조사해 나집 전 총리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경찰은 이미 지난 16일 총리실을 압수수색해 1MDB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나집 전 총리는 지난 12일 로스마 여사와 함께 인도네시아행 비행기를 타려다가 출국금지 조처된 뒤 가족과 함께 타만 두타 자택에 머무르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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