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강성독립파 수반 취임…국기·국왕사진 없이 취임식

입력 2018-05-18 01:31
수정 2018-05-18 08:48
카탈루냐 강성독립파 수반 취임…국기·국왕사진 없이 취임식



외빈없이 3분만에 끝나…카탈루냐기만 내걸고 헌법준수도 언급안해

자치정부 구성 놓고 스페인과 정면충돌 예상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킴 토라(55) 수반이 17일(현지시간) 3분 만에 끝난 짤막한 취임식을 열고 집무를 시작했다.

강성 독립주의자가 자치정부 수반에 취임하면서 스페인과 카탈루냐 간 긴장이 팽팽히 이어질 전망이다.

엘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토라 수반은 이날 바르셀로나의 자치정부 청사에서 내빈들 없이 짤막한 취임식을 열고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검은색 정장에 독립과 스페인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나온 그는 취임선서에서 "카탈루냐인들의 의지에 복무할 의무가 있는 자치정부 수반으로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카탈루냐의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해온 그는 스페인 헌법준수 의지나 헌법의 카탈루냐 자치에 관한 조항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취임식 규칙에 규정된 스페인 국기나 스페인 국왕의 사진도 내걸지 않은 채 카탈루냐기 '에스텔라다'만을 배경으로 취임식이 진행됐다.

이런 형식의 취임식은 자신의 정치적 스승격인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수반이 취임할 때의 모습 그대로다.



자치권이 광범위하게 보장된 카탈루냐이긴 하지만, 스페인 영토인 만큼 자치정부 수반의 취임식을 규정한 의전규칙에는 스페인 국기와 국왕 사진을 걸고 헌법준수 의지를 언급하라는 규정이 있다.

토라의 자치정부 수반 선출이 못마땅한 스페인 정부도 대표단을 취임식에 파견하지 않았다.

이날 취임식은 정당 인사들이나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도 없이 단 3분 만에 끝났고, 토라 수반은 취임하는 자치정부 수반이 목에 거는 큰 메달 역시 걸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수반은 분리독립을 추진하다가 스페인 정부에 의해 해임된 푸지데몬이라면서 자신은 그가 돌아올 때까지 임시로 정부를 이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푸지데몬은 작년 12월 카탈루냐 공화국 선포 이후 해외로 도피해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다.

토라 수반은 곧 정부 구성에 착수할 예정인데, 스페인 정부에 의해 해임된 뒤 반역죄 수사를 받는 전 정부 각료들을 대거 기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스페인 정부와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스페인은 자치정부 구성이 합법적이지 않을 경우 카탈루냐로부터 박탈한 자치권을 되돌려주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알폰소 다스티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날 취임식이 은밀히 진행됐다면서 "토라가 2류의 자치정부수반인 것 같았다"고 비난했다.

yonglae@yna.co.kr

<YNAPHOTO path='PEP20180426154401848_P2.jpg' id='PEP20180426154401848' title='' caption='독일 베를린서 머무는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수반 <br>[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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