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기업 지배구조 유형, 일본처럼 다양화해야"
"규제 강화하는 회사법 개정, 기업·주주에 도움 안 돼"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우리나라도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일본처럼 다양한 기업 지배구조 유형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재계에서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7일 '한일 회사법 지배구조 비교' 보고서를 내고 "지배구조 유형 중 일본 대기업이 선택 가능한 것은 최대 5가지인 반면 한국 대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최대 2가지에 그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일본은 2015년 회사법 개정을 통해 기업들이 선호하는 '감사 등 위원회 설치회사'를 대기업 지배구조 유형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일본 대기업은 상장사의 경우 ▲ 이사회+감사역회+회계감사인(감사역회 설치회사) ▲ 이사회+감사 등 위원회+회계감사인(감사 등 위원회 설치회사) ▲ 이사회+지명·보수·감사위원회+회계감사인(위원회 설치회사) 등 3가지의 선택로가 있다.
또 비상장사의 경우 ▲ 이사회+감사역회+회계감사인 ▲ 이사회+감사 등 위원회+회계감사인 ▲ 이사회+지명·보수·감사위원회+회계감사인 ▲ 이사+감사+회계감사인 ▲ 이사회+감사+회계감사인 등 5가지 지배구조 유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실제 일본 대기업들은 자사 상황에 맞는 지배구조 모델을 정관으로 채택하고 있다.
소니나 일본우정지주회사는 '위원회 설치회사' 모델을 도입했고 도요타, 후지쓰, 소프트뱅크 등은 '감사 등 위원회 설치회사' 유형을 택했다.
최근 도쿄와 뉴욕 증시에 동시 상장한 네이버 계열사인 일본법인 라인은 '감사역회 설치회사' 모델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 상법은 기업들에 자산 규모별로 한정된 지배구조 유형을 강제하고 있다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자산 2조원 이상인 대기업은 이사회+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조를 무조건 적용해야 하며, 자본금 총액 10억원 이상인 기업은 ▲ 이사회+감사 ▲ 이사회+감사위원회 유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한경연은 다른 회사법 개정 방향도 일본이 기업 선택권을 확대하는 쪽인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국내 회사법 개정 사례로는 다중대표소송제 및 집중투표제 도입, 사외이사 기준 강화, 집행임원제도 의무화 등을 언급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20대 국회 개원 후 지난 3월 말까지 발의된 기업 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안 총 20건 가운데 경영권 제한조치를 담은 발의안은 18건이고 경영권 보호장치 마련을 담은 발의안은 2건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반대로 집중투표제를 자율선택 방식으로 바꾸고 다중대표소송 가능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기업의 경영권 보호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일본 기업이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Poison Pill) 등을 보장받는 반면 한국 기업의 경우 자사주 매입이 유일한 수단이라며 "지배구조 형태를 획일화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기업이나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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