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제 보육교사 피살사건, 실오라기로 피의자 윤곽 잡았다

입력 2018-05-17 12:03
장기미제 보육교사 피살사건, 실오라기로 피의자 윤곽 잡았다

피해자 옷·피부에 남은 미세증거물로 범인 옷 종류 확인…경찰, 구속영장 신청 예정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2009년 발생, 9년간 미제로 남았던 제주 보육 여교사 피살사건 수사가 조금이라도 진척이 된 것은 시신의 윗옷과 피부에 남은 미세증거물 덕이었다.

피해 여성 A(당시 27)씨의 윗옷 어깨 부분과 피부조직에서 2∼3㎝ 크기의 작은 옷의 실오라기 몇 점이 발견됐다.

이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제주지방경찰청은 이 실오라기들을 미세증거 증폭 기술을 이용해 피의자 박모(49)씨가 사건 당시 착용한 셔츠와 같은 종류임을 입증했다고 17일 밝혔다.



미세증거 증폭 기술은 섬유, 페인트, 토양, 유전자, 쪽지문 등 미세한 증거물을 무한대로 확대해 형태나 재질 종류를 확인, 동일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과학 기술 발전으로 수사에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피의자 박씨에게서도 실오라기를 발견해 증폭 기술을 이용, A씨가 사망 당시 입었던 옷의 종류와 동일한 것임을 확인하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섬유 증거물에 대한 조사 결과 피해 여성 A씨와 피의자 박씨가 서로 접촉한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과 동일한 옷이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는 점과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로 간주할 수 없는 점 등으로 인해 섬유 증거만으로는 범행 입증은 부족한 상태다.

경찰은 박씨가 A씨를 살해한 혐의에 대해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거 당시 박씨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에 대해 지난 16일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 결과 타인 명의로 개설한 휴대전화 4개 중 주로 사용하는 1개에서 '보육교사 살인사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뉴스 검색한 사실을 포착했다.

경찰은 또 뇌파 반응 검사, 음성 심리검사를 시행했다.

사건 발생 당시 폐쇄회로(CC) TV 장면에 대해 보정작업을 진행, A씨가 탔을 것으로 보이는 영상의 택시가 박씨의 것과 종류와 색깔이 동일한 것으로도 확인했다.



박씨는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의 증거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을 못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이날 강간 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2009년 2월 1일 A씨는 제주시 용담동에서 택시를 타고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집으로 가는 도중 실종됐다.

이후 일주일 뒤인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농로 배수로에서 목이 졸려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두 달 후인 그해 4월 이 사건 관련 유력한 용의자로서 박씨를 붙잡았다.

당시 박씨가 용담동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돼 여교사 A씨의 탑승 장소 부근에도 있었음이 증명됐다.

그가 운전하던 택시가 A씨가 택시를 탄 제주시 용담동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내봉까지 가는 가장 유력한 이동 경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에 찍히기도 했다.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 조사한 끝에 사건 당일 행적에 대한 박씨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직접적 증거가 나타나지 않은 데다 A씨의 사망 시점이 박씨 행적과 관련이 없다는 부검 결과가 나와 풀려났다.

경찰은 지난달부터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재수사에 돌입, 관련 증거물을 수집해 왔다.

사망 시점도 이번 재수사에서 실종 당일인 2월 1일 오전 3시에서 휴대전화가 꺼진 오전 4시 5분 사이로 재조사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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