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시프트서 추신수 동료 갈로의 고민 '번트 댈까 말까'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프로야구(MLB) 텍사스 레인저스의 좌타 거포 조이 갈로(25)는 아주 독특한 타자다.
그는 2017년 홈런 41방을 터뜨려 장타력만큼은 팀 내 최고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타율은 0.209에 그쳤다. 지난해 친 전체 안타 94개에서 홈런 41개, 2루타 18개, 3루타 3개를 뺀 단타는 32개에 불과하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단타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역대 빅리그에서 강타자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정교함과 파괴력을 두루 갖춘 본즈, 맥과이어와 달리 갈로는 아직은 힘만 앞세운다. 올해에도 홈런 13방을 쳤지만, 타율은 0.200에 불과하다.
갈로의 또 다른 특징은 엄청난 '풀 히터'(pull hitter)라는 점이다. 우타자든 좌타자든 잡아 당겨치는 풀 히터가 강타자의 전형이다.
MLB닷컴의 통계에 따르면, 갈로는 배트에 공을 맞힌 타구의 50.4%를 당겨서 쳤다. 이 중 끌어서 친 땅볼 타구의 비율은 무려 70.8%에 달했다.
야구장 가운데와 왼쪽을 사실상 비워두고 오른쪽으로만 가는 타구를 양산한 셈이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타자를 막고자 나온 수비 전술이 시프트(shift)다. 내·외야 수비수들을 당겨치는 방향으로 몰아 타자를 압박한다.
17일(한국시간)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에 따르면, 최근 텍사스와 대결한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애틀 매리너스는 갈로가 타석에 들어서면 극단적인 시프트를 펼쳤다.
휴스턴은 좌익수 1명만 그 자리에 두고 내·외야수 6명을 모두 오른쪽에 뒀다.
17일 시애틀도 휴스턴과 비슷한 시프트로 갈로를 방어했다.
이런 상황에서 갈로는 빈 쪽으로 살짝만 방망이를 밀거나 번트를 대면 그냥 1루를 밟는다. 실제 올해 한 번 번트 안타로 출루하기도 했다.
그러나 갈로는 좀처럼 번트를 대지 않는다.
허약한 타선 탓에 홈런을 치는 게 번트로 살아나가는 것보다 훨씬 팀에 득이 된다.
5번 타자 갈로 뒤로 그보다 방망이를 잘 치는 타자는 이시아 카이너 팔레파(타율 0.257)뿐이었기에 출루를 하더라도 득점에 이를 확률도 낮다.
갈로는 또 번트를 기피한다. 빠른 볼에 번트를 대기 쉽지 않고, 번트를 하더라도 1루에서 살지 못하면 자신에게도, 팀에도 모두 좋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계 전문가들은 갈로가 번트를 대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권고한다.
지금과 같은 극단적 시프트에선 왼쪽으로 번트를 대기만 하면 1루에서 세이프될 확률이 높기에 번트 성공률을 높여 타율과 출루율을 올리면 갈로의 타격 생산성이 2배 이상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번트를 대면 지금처럼 상대 팀이 편안하게 수비할 일도 줄어든다. 갈로의 번트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서다.
갈로는 17일 경기에서도 번트를 대지 않고 4타수 무안타, 삼진 3개로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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