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CIA 요원, 중국서 거액의 돈 받고 정보 넘겨"

입력 2018-05-17 10:30
"전직 CIA 요원, 중국서 거액의 돈 받고 정보 넘겨"

미국 검찰, 제리 춘 싱 리 기소장서 "수십만 달러 받았다" 밝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 1월 기밀정보 불법보유 혐의로 체포된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거액의 돈을 받고 중국에 정보를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귀화한 미국 시민이자 전직 CIA 요원인 제리 춘 싱 리(53)는 지난 1월 15일 뉴욕 존 F. 케네디(JFK) 국제공항에서 국방 기밀정보 불법 보유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

리는 미국에서 성장해 미군에서 복무한 뒤 1994∼2007년 CIA에서 근무하면서 요원 조직 관리를 맡았다. 당시 1급 기밀정보 취급 허가를 받았고, 여러 비밀유지 서약에도 서명했다. CIA를 떠난 뒤에는 홍콩에서 일했다.

리는 당초 기밀정보 불법 보유 혐의로 체포됐으나, 미 검찰이 18일 공판을 앞두고 작성한 기소장에 따르면 그는 간첩 행위 공모죄로 기소됐다. 이는 종신형에 처할 수 있는 중죄에 해당한다.

기소장에 따르면 리는 2010년 4월 중국 선전(深천<土+川>)에서 중국 공안부 정보요원 2명을 만나 "협조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10만 달러(약 1억1천만원)의 현금을 건네받았다. 이들은 리에게 "평생 책임지겠다"는 말도 했다.

리는 다음 달 HSBC 은행의 개인계좌에 13만8천 홍콩달러(약 1천900만원)를 입금하고 이후 2013년 12월까지 수십만 달러를 추가로 입금했다고 기소장은 밝혔다.

기소장에 따르면 중국 정보요원들은 모두 21차례에 걸쳐 리에게 기밀정보를 요구했으며, 이 정보들은 대부분 미국의 국가안보 및 CIA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미 검찰은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미 정보원들의 신원을 확인해 CIA의 대중국 첩보망을 와해하는 데 리가 중요한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리가 CIA에서 요원 조직 관리를 맡았던 만큼 이러한 역할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리의 노트북 PC에는 CIA 요원들이 어디에 배치될지, 민감한 활동을 어디에서 할지 등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고 기소장은 밝혔다.

이에 대해 리의 변호사는 "리는 간첩 혐의를 부인했다"며 "우리는 그가 간첩이 아니었다는 것을 법정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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