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정권교체 빌미된 '재화용역세', 내달 폐지
"물가안정" vs "재정건전성 타격"…기대·우려 엇갈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전임 총리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함께 말레이시아 정권교체의 핵심 원인이 됐던 재화용역세(GST)가 내달부터 폐지된다.
17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재무부는 전날 오후 성명을 통해 "GST의 세율을 내달 1일을 기해 현행 6%에서 0%로 낮춘다"고 밝혔다.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GST는 2015년 도입됐으며, 말레이시아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6%의 세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GST는 처음 도입될 때부터 물가상승을 유발하고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를 샀다.
가격에 세금이 포함되는 간접세의 특성상 고소득자보다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GST 도입을 주도한 나집 전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최대 60억 달러(약 6조4천억원)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때맞춰 불거지면서, 현지에선 이로 인한 나라 곳간의 구멍을 가난한 이들의 세금으로 메꾸려 한다는 불만이 고조됐다.
결국, 나집 전 총리가 이끌던 기존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지난 9일 치러진 총선에서 참패해 61년간 이어진 장기집권에 막을 내렸고, GST 역시 폐지 수순을 밟아왔다.
말레이시아 국민은 GST의 폐지로 물가가 안정되고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조치가 말레이시아의 재정 건전성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충격을 상쇄할 조치 없이 GST를 폐지할 경우 국가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는 애초 2018년 한 해 동안 GST로 438억 링깃(약 12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었으며, 이는 전체 세입의 18%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이밖에 마하티르 모하맛(93) 신임 총리가 전 정부가 폐지한 연료보조금을 부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도 변수로 꼽힌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매주 유가를 새롭게 공시하는 현 시스템을 폐기하고, 유류 가격을 현 수준으로 동결한다면서 "이러한 조치가 충분치 않다면 정부는 보조금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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