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국평천하' 박빙의 순간, 마운드를 다스리는 두산 영건 박치국

입력 2018-05-17 08:18
'치국평천하' 박빙의 순간, 마운드를 다스리는 두산 영건 박치국

"체인지업을 좌타자에게 던질 수 있다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두산 베어스 약관의 사이드암 박치국(20)이 SK 와이번스 강타선을 잠재웠다.

홈런 1위 최정과 OPS(출루율+장타율) 1위 제이미 로맥, 공격형 포수 이재원이 차례대로 박치국에게 당했다.

박치국은 16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와 홈경기, 5-3으로 앞선 8회 등판해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SK 클린업트리오를 상대하는 부담 속에서도, 박치국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최정은 시속 140㎞대 직구와 110㎞대 커브를 섞어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고, 로맥에게는 직구만 3개를 던져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이재원을 상대로는 직구로 카운트를 잡고, 체인지업으로 흔든 뒤, 직구를 승부구로 던져 삼구삼진 처리했다.

두산은 박치국의 활약 속에 5-3으로 승리했다.

박치국의 빼어난 구위와 팀 내 위상을 압축한 경기였다.

고졸 2년 차인 박치국은 올해 두산의 필승조로 활약 중이다. 2018년 KBO리그 투수 중 가장 많은 24경기에 등판한 박치국은 23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7자책점(10실점)을 허용했다. 평균자책점은 2.70이다.

특히 5월에는 6경기 7⅓이닝 5피안타 무실점의 무결점 투구를 펼쳤다.

박치국은 "이제 프로 생활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지난해에는 1군 생활이 짧기도 했고, 크게 앞서거나 뒤진 경기에 나왔다. 올해는 팽팽한 순간에 자주 내보내 주셔서 승리욕이 자랐다"며 "나는 아직 배울 게 너무 많은 투수다. 경기를 치르면서 배우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볼 때도 배운다"고 했다.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 지난해 입단할 때부터 '두산의 미래'로 주목받았지만, 올해는 '1군 붙박이 승리조'로 지위가 상승했다.

박치국은 "아직 나는 붙박이 1군 투수가 아니다. 그리고 곽빈처럼 첫 시즌부터 1군에서 뛰는 후배도 있지 않은가"라고 자세를 낮췄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치국이 없으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

전설적인 잠수함 투수 이강철 두산 수석코치의 존재는 박치국에게 큰 도움이 된다.

박치국은 "지난해에는 이강철 수석코치님이 2군 감독이셨다. 2군에서 이 감독님께 투구 밸런스, 커브 구사 등을 배웠다"며 "올해는 스프링캠프에서 이 코치님께 체인지업을 새로 배웠다"고 했다.

올해 박치국의 체인지업 구사율은 6.1%다. 아직 체인지업 구사율이 높지 않지만, 직구·커브 투 피치 투수였던 그에게 체인지업 장착은 새로운 돌파구가 됐다.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은 좌타자 바깥쪽으로 휘면서 떨어진다. 좌타자에 약점이 있는 사이드암에게 체인지업은 큰 무기가 된다.

그러나 박치국은 "아직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 구사하는 걸 꺼린다. 이상하게 좌타자와 만나면 체인지업 제구가 흔들린다"며 "좌타자에게도 체인지업을 편하게 던지게 되는 날, 성적이 더 좋아질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박치국은 더 성장할 수 있다.

박치국의 부모는 다스릴 치(治)와 나라 국(國)으로 아들의 이름을 지었다. 두산 팬들은 '나라를 잘 다스린다'는 뜻을 담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외치며 박치국의 성장을 독려한다.

아직 천하를 다스릴 정도는 아니지만, 박치국은 두 번째 시즌 만에 경기 중후반 마운드를 다스리는 투수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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