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입 열 때마다 리라 출렁…중앙은행 구두개입에 진정
이틀 연속 최저 경신…부총리 "선거 이후 훨씬 나아질 것"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통화정책 개입 의지를 인터뷰에서 밝힌 후 터키리라화가 이틀 연속 추락했다.
터키리라화 환율은 16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 때 1미달러 당 4.5010리라 까지 치솟아 이틀 연속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리라화 환율은 전날 공개된 에르도안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 후 4.3990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날 또다시 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날 보도된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통령이 통화정책에서 영향을 발휘한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어야 한다"며, 통화정책에 개입 확대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고)금리가 인플레의 원인이며, 금리가 낮을수록 인플레가 낮게 유지된다"는 평소의 경제관을 거듭 역설했다.
리라화의 날개 없는 추락에 터키 중앙은행이 구두 개입에 나섰다.
중앙은행은 이날 성명을 내어 "시장에서 건강하지 못한 가격 형성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플레이션 전망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필요한 조처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앙은행의 발표 내용은 금리인상 등 수축적 통화정책을 시사하면서도 "금리 인상은 인플레의 원인"이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소신을 의식한 결과로 추정된다.
앞서 이날 메흐메트 심셰크 부총리는 선거 이후 인플레와 환율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릴린치 출신인 심셰크 부총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정책이 선거 이후에 훨씬 나아질 것 같다"고 썼다.
그는 "정부는 건전하고 신중한 정책 틀을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중앙은행의 구두 개입 후 리라화 가치는 상승 반전해 환율이 1미달러당 4.41리라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중앙은행의 독립성 위축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리라화 투매로 반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삭소뱅크 덴마크 헬레루프 지점의 외환 전문가 존 하디는 블룸버그통신에 "리라화 약세는 최소한 선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비생산적인 시도를 한다면 그 후에도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며, "시장이 리라를 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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