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의회 "정상회담 앞둔 북미 갈등, 양국 입장차 반영하는 것"

입력 2018-05-16 23:02
러 의회 "정상회담 앞둔 북미 갈등, 양국 입장차 반영하는 것"

러 외무부 "북미 정상회담 합의·북 풍계리 실험장 폐기 환영"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는 16일(현지시간) 북한이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 북미 양국의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생한 문제(한미 연합훈련과 이에 대한 북한의 강력한 비난)는 회담에 대한 각국 입장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은 대북 압박 정책의 효율성, 즉 (북한을) 압박하고 겁을 줬더니 북한이 협상에 나섰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어야만 한다"면서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누가 회담의 주인이며 누가 지시를 들으러 오는 것인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북한의 입장은 정반대라면서 "북한은 주요 적국과 회담 의사를 보인 것 자체가 중요한 선의의 행보이자 평화적 제안으로 여긴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같은 입장 불일치는 실제로 정상회담의 결과는 물론 회담 자체를 위기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사체프는 그러면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3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번째는 회담이 열리지만 어느 쪽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시나리오, 즉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 해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북한은 체제 안전보장을 약속받지 못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북미 양측은 각각 자신의 선의로 회담이 성사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회담이라는 '쇼'를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만 이용하려 할 것이란 설명이다.

코사체프는 또 회담이 취소되고 북미 양국이 서로 상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사전 합의된 실질적 결과를 얻기 위해 회담을 연기하는 시나리오로 가장 바람직할 수 있다고 코사체프는 분석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뒤늦게 북미 정상회담 일정 및 장소 확정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크림교' 개통을 기념해 크림반도 해안 도시 케르치에서 진행한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 "북한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을 거행하기로 한 것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회담하기로 한 합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공표된 행사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한반도 지역 문제 해결의 긍정적 흐름을 공고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하로바는 이어 "이 문제들의 장기적이고 상호수용 가능한 해결은 한반도에서의 견고한 평화·안전보장 체제 구축 문제에 대한 다자 협의를 통해서만 가능함을 확신한다"면서 "러시아는 그러한 협상 가동을 위해 모든 파트너와 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반도 문제의 확실한 해결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러시아는 그러한 협상 개시를 위해 관련국들과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러시아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참여하길 바란다는 기대를 표시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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