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라돈침대' 전면 리콜이 답이다
(서울=연합뉴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5일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제품의 방사선 피폭량이 기준치를 최대 9.3배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일 대진침대의 방사선 피폭량이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한 지 일주일도 안 돼 결과를 뒤집으며 소비자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기체 형태의 1급 발암물질이다. 라돈 가스 자체는 다른 원소와 반응하지 않지만, 붕괴 결과로 생기는 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폐 안으로 들어가면 폐암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원안위는 이번 2차 조사결과 생활방사선법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으로 확인된 대진침대 매트리스 7종에 대해 수거명령을 내렸다.
생활방사선법상 일반인 피폭 방사선량 안전기준은 연간 1m㏜(밀리시버트) 이하다. 하지만 이번에 대진침대의 그린헬스2(9.35m㏜), 네오그린헬스(8.69m㏜) 등 매트리스 7종의 연간 피폭 방사선량은 9.35∼1.59m㏜로 확인됐다. 1차 조사에서 연간 피폭량이 0.5m㏜로 발표됐던 뉴웨스턴슬리퍼의 피폭량이 이번에는 7.60m㏜로 기준치를 7.6배나 초과했다. 불과 5일 만에 결과가 이렇게 달라진 것은 조사 대상을 매트리스 '속커버' 안쪽의 '스펀지'로까지 확대해서다. 1차 때는 속커버만 조사했다.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침대의 안전성을 따지려면 의심되는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원안위가 '속커버' 피폭량 조사결과만 서둘러 발표한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정부가 신뢰를 얻으려면 늦더라도 정확한 내용을 알려야 한다. 원안위는 2차 조사결과 발표 전날 내부피폭도 방사선 안전기준에 포함하기로 했다.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다. 원안위는 그동안 X선 검사처럼 외부에서 오는 방사선에 의한 '외부피폭' 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가공제품에서 호흡기를 통해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는 '내부피폭' 규제 기준이 따로 없어서다. 하지만 '라돈침대'의 위험성은 피부를 통한 외부피폭보다는 호흡기에 노출되는 내부피폭이 훨씬 크다. 그동안 안전기준에 내부피폭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라돈침대'의 방사선 피폭량이 안전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것으로 확인된 이상 해당 제품을 빨리 수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원안위에 따르면 대진침대는 2010년 이후 생산된 침대 26종 가운데 24종에서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모자나이트를 사용했다. 매트리스 속커버 안쪽에 입혀진 음이온 파우더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오는데 모자나이트는 바로 이 파우더의 원료다. 24종 가운데 7종 6만1천400여 개의 침대 매트리스가 연간 내부피폭 선량 기준인 1m㏜를 초과했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다른 17종의 침대를 쓰는 소비자들이 정부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지도 의문이다.
시민단체인 환경보전센터는 16일 이번 '라돈 침대' 사태를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라고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자나이트를 사용한 모든 침대를 리콜하고, 해당 침대의 사용을 전면 중단토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당국은 소비자 불안을 없애려면 시민단체의 말대로 방사성 물질이 원료로 들어간 모든 침대를 리콜하도록 해야 한다. 보건당국 또한 그동안 이들 침대를 사용한 어린이나 임산부, 노약자 등의 건강 실태를 정확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라돈침대' 집단소송 참여자가 이미 900명을 넘었다. 당국이 자칫 소홀히 대처했다가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번지지 말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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