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집중 견제하고 나선 존 볼턴과 북한의 악연
김계관 담화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볼턴 영향력 차단 시도?
미국 전문가들도 북핵 회담에 대한 대북 협상 불가론자 볼턴의 영향 우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트럼프, 존 볼턴이 북핵 회담을 날려버리도록 해선 안돼'
핵무기 반대 비영리재단인 플라우셰어 펀드(Ploughshares Fund)의 톰 Z. 콜리나 정책국장 등이 지난달 3일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더 힐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다.
이들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미군 수송기가 북한에 들어가서 실어 내 오기만 하면 되도록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짐싸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 것을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이런 비현실적 기대는 북미 정상회담을 실패로 끝나게 해 결국 북한과 미국을 전쟁의 길로 이끄는 길이 될 것이라며 "과거 볼턴의 대북 군사 타격 발언들을 고려하면, 이게 그가 바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이 16일 '담화'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재고려"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의 장본인으로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이라고, 특히 볼턴을 콕 집어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이 이날 한미 간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하고 김계관의 담화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을 밝힌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협상력 제고 전술이라고 하더라도, 액면 그대로 볼턴 개인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볼 필요도 있다.
김계관은 담화에서 "이미 볼턴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조미(북미) 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턴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되었던 과거사" 등의 말로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합의와 그 이후 이행 과정에 미칠 볼턴의 '파괴적' 영향력에 대한 불안감도 숨기지 않았다.
볼턴과 북한 간 악연의 대표적인 예로 1994년 북미 간 제네바합의의 파기가 있다.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후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당시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이던 볼턴은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근거로, 북한과 추가 협상을 하기보다는 파기하는 것을 주도했다. 볼턴은 나중에 "그 정보는 내가 제네바 합의를 분쇄하기 위해 찾고 있던 망치였다"고 자랑했다.
김계관의 볼턴 견제는 직접적으론 지난 주말과 일요일 볼턴이 여러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북한 핵 해법으로 '리비아 모델'을 판촉하고 나섬으로써 세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볼턴과 같은 시점에 여러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 결과를 포함해 북미 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밝혔으나 북한은 폼페이오의 인터뷰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았다.
볼턴과 폼페이오가 경쟁하듯 언론 인터뷰를 한 내용에 대해 두 사람 간 북미 정상회담의 목표에 차이가 있지 않느냐는 분석들도 미국 언론들은 내놓고 있다.
볼턴은 북한의 핵·미사일 외에 생화학무기까지 일거에 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비해 폼페이오는 우선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미 위협을 제거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내에서 북미 정상회담 목표와 방법론에 대한 조율이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볼턴이 미국 정부 안팎에서 줄곧 북한 핵 해법으로 '리비아 모델'을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로버트 킹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리비아 모델이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몰락과 카다피의 피살까지 연상시키는 점을 지적,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을 이루려면 리비아를 언급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아메리카 재단의 수전 디마지오 선임 연구원은 "볼턴의 평소 북한관을 생각하면, 북한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대한 그의 열의 부족이 앞으로 이 북핵 대화 과정을 방해하게 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고 이미 지난달 미국 잡지 베너티 페어와 인터뷰에서 예상했다.
y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