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고공행진에 농민들 희색…"떨어지지 않길"
1년새 38%↑…남북대화 분위기에 대북 쌀지원도 기대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지난해 10월 40㎏ 벼 한 가마를 5만원에 팔았는데 지금은 6만원이 넘어섰다.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쌀값이 올라 기분이 좋다."
1만3천여평의 논에서 벼를 재배하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매화2리 김지규(57) 이장의 말이다.
평택시 현덕면 인광1리 전직 이장 이종한(51)씨도 "지난해 5월 12만5천원 하던 80㎏짜리 쌀 한 가마 가격이 지금 16만5천원 정도로 올랐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째 하락하던 쌀값이 최근 크게 오르면서 농민들의 얼굴에 다소 웃음꽃이 피고 있다.
농민들은 대북 쌀 지원 재개 등이 이뤄져 쌀값이 좀 더 오르거나 최소한 지금보다 떨어지지는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 자료를 보면 한동안 내려가던 쌀 가격이 지난해 5월부터 계속 오르고 있다.
80㎏짜리 쌀 한 가마의 산지 평균 가격은 2010년 5월 13만4천400원에서 2013년 9월 17만5천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쌀값은 하락세로 돌아서 2015년 6월 15만9천원, 2016년 7월 14만2천원에 이어 지난해 5월에는 12만7천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던 쌀값이 지난해 6월부터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같은 해 12월 15만5천원을 기록했다가 최근에는 17만5천원으로 올랐다.
최근 가격은 1년 전인 지난해 5월보다 37.8%(4만8천원) 상승한 것일 뿐 아니라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던 5년 전(2013년 9월) 가격 17만5천원을 회복한 것이다.
도는 지난해 벼 수확량이 전년보다 감소한 상황에서 정부 벼 수매량은 오히려 전년 70만t에서 72만t으로 늘어난 것이 최근 쌀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전국의 쌀 생산량은 397만2천t으로 2016년 419만7천t보다 5.3% 감소했으며, 경기도 내 쌀 생산량도 같은 기간 41만4천여t에서 37만8천여t으로 8.6%(3만5천여t) 줄었다.
도는 현재 농협 미곡처리장 등의 벼 보유량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0%가량 적어 정부가 조만간 수매 물량을 시중에 방출, 가격 조정에 들어가더라도 쌀값이 당분간 떨어지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남북 교류협력이 재개돼 대북 쌀 지원이 이뤄질 것에 대한 농민의 기대감, 재배면적 감소로 인한 올해 쌀 수확량 감소 예상 등으로 쌀값이 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농민들도 대북 쌀 지원 등이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며 쌀값이 조금 더 오르거나 적어도 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화성 매화2리 김지규 이장은 "인건비와 자재비, 비료와 농약값 상승 등을 고려하면 벼 40㎏ 한 가마가 10만원은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북 쌀 지원 재개 등으로 쌀값이 좀 더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택시 인광1리 이종한씨도 "급격하게 쌀값이 오는 것은 바라지 않지만 80㎏ 쌀 한 가마 가격이 17만∼18만원은 유지돼야 한다"며 "대북 쌀 지원이 이뤄지면 더 오르지 않더라도 지금보다 떨어지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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