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외형·이익 늘었지만 증가세 둔화…반도체 쏠림도 심화(종합)

입력 2018-05-16 16:06
상장사 외형·이익 늘었지만 증가세 둔화…반도체 쏠림도 심화(종합)

전문가들 "美금리인상·무역분쟁 등 우려…하반기 내수株 주목"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임은진 전명훈 기자 =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1분기 외형과 이익이 모두 늘었지만,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했다.

특히 삼성전자[005930]를 위시한 정보기술(IT)·반도체 업종의 '쏠림 현상'이 훨씬 심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장사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작년보다 더 늘면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등 우려 요인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 외형·이익 동반 증가세 지속

1분기에도 상장사의 외형과 이익이 함께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됐다.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코스피 상장사 544개사(연결재무제표 제출 625개사 중 금융업 등 43개사 제외)의 연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매출은 464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82% 늘었다. 영업이익은 43조원으로 9.96%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33조원으로 2.63% 증가했다.

한동안 비용 절감에 의한 '불황형 흑자'를 내던 상장사들이 작년부터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로 매출과 이익이 함께 늘었는데, 올해도 그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그러나 수익성 지표는 흐름이 다소 달랐다. 코스피 상장사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9.23%로 0.43%포인트 올랐지만 매출액 순이익률은 7.08%로 0.15%포인트 낮아졌다.

상장사들이 1천원짜리 상품을 팔았다면 영업이익은 전보다 늘어난 92원이지만 이 중 순수하게 손에 쥔 돈은 70원으로 전보다 다소 줄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익 증가세가 둔화하기는 했으나 예상했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이익 증가율이 너무 높아서 더 좋아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1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작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0% 가까이 늘어난 것은 좋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001200]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어닝 시즌은 반도체가 수출과 기업 이익을 이끌면서 무난하게 흘러갔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영업이익은 다소 감소했지만 매출액은 증가했고 특히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분석 대상 834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9.24% 감소했다.

이에 비해 매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3.03% 늘어난 41조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2조원으로 35.92% 불어났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15%, 순이익률은 4.42%였다. 매출 1천원당 영업이익이 51.5원, 순이익은 44.2원을 냈다는 의미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는 코스피보다는 코스닥 상장사의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본다"며 "이익 흐름이 좋고 정부 지원책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IT·반도체 쏠림 심화…삼성전자 빼면 이익 '뒷걸음'

그러나 코스피 상장사의 실적 증가는 IT·반도체 업종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일부 업종과 소수 대기업에 크게 의존한 결과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20조95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의 46.7%를 차지했다.

작년 1분기에 두 회사의 영업이익 비중이 31.8%였는데 의존도가 더 높아진 것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43%, 13.0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2.89% 늘었지만 삼성전자를 포함했을 때(4.82%)와 비교하면 저조한 수치다.

상장사의 이익 증가세는 결국 반도체 호실적에 가린 '착시' 현상인 셈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IT와 비(非) IT 업종의 희비가 엇갈렸다.

개별 기준으로 IT업종 407개사의 당기순이익은 71.47% 증가했으나 비IT 업종 670개사는 0.41% 줄었다.

영업이익은 IT가 6.80%, 비 IT는 20.15% 각각 줄어 비 IT업종의 감소폭이 더 컸다.

양기인 센터장은 "삼성전자로의 쏠림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올해도 IT와 반도체가 실적을 이끈 데다 다른 업종이 둔화하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심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T·반도체와 더불어 제약·바이오와 의료정밀이 1분기 기업의 실적을 끌어 올렸다. 그러나 자동차 등 운송장비는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업종은 건설(91.49%), 전기·전자(57.90%), 의약품(30.01%), 의료정밀(8.46%), 화학(4.53%) 등 8개 종목이었고, 기계(-85.06%), 운수장비(-52.28%), 철강금속(-26.27%), 유통(-18.86%) 등 9개 업종은 흑자 폭이 감소했다.

조용준 센터장은 "원화 강세로 일부 수출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며 "특히 운송장비 부진으로 현대차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홍춘욱 키움증권[039490] 투자전략팀장도 "현대자동차가 1분기에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기업 실적 증가세를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올해 연간 이익 증가…내년에는 '글쎄'

전문가들은 올해 연간으로도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에 수출주와 대형주 위주로 실적이 좋아졌다면 올해는 내수·소비재와 중·소형주가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 센터장은 "올해까지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연간 기준으로 순이익은 작년보다 10%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센터장은 "그간 실적 개선을 견인한 전기·전자와 바이오, 금융 업종이 하반기에도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북 관계 개선 정도에 따라 경협주도 유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 팀장은 "작년에는 수출 기업이 이익 성장을 주도했다면 올해는 수출과 내수의 쌍끌이가 예상된다"며 "운송장비 업종이 조선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불황에 시달렸던 소비재 업종이 빛을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따라 레저·엔터, 화장품, 숙박 업종의 실적이 하반기에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미중 무역분쟁, 유가 상승 등 불안 요소 때문에 하반기 이후 실적 눈높이가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상장사 실적이 올해 정점을 찍고 내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현석 센터장은 "2016년부터 상장사 실적이 좋아지기 시작해 올해까지는 그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내년에도 실적이 잘 나오기는 쉽지 않다"며 "과거에도 3년 연속 실적이 개선된 뒤에는 둔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고 다른 주요국도 더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지 않아 글로벌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할 여지가 있다"며 "유가 상승도 기업의 비용 상승·마진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변 센터장은 "세계 산업생산 증가율은 높은 수준이긴 하나 정체하고 있으며 경기선행지수도 확장형이지만 (개선세는) 꺾였다"며 "(기업 실적 증가세가) 작년에 미치지 못해 정부가 추경과 예산 등을 통해 소비와 경기를 진작하려는 노력을 강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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